時事論壇/國際·東北亞

[터치! 코리아] 더 큰 '外交책략' 요구하는 韓·中 밀월

바람아님 2015. 9. 5. 07:40

(출처-조선일보 2015.09.05 강인선 주말뉴스부장)


강인선 주말뉴스부장 사진박근혜 대통령이 휴가 중 읽었다는 책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의 저자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는 
한국인은 "주변 강대국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 약소국 지위를 염두에 둔 채 항상 조심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는 자학적 공포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를 쓴 영국 기자 대니얼 튜더도 
"오랜 세월 강대국들의 교두보나 전략적 자산으로 취급되어온 탓에, 
한국에는 '우리 편 아니면 저쪽 편'이라는 시각에 기반한 민족주의가 발달해 있다"고 했다.

이렇게 강대국 사이에서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질까 노심초사하는 '새우 콤플렉스'는 요즘 
어떤 외교 현안이 나와도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입장에서 생각하는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도 이런 논란 끝에 결론이 났다.

톈안먼(天安門) 성루 위에 선 박 대통령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묘하게 낯설었다. 
박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나란히 서서 박수 치는 모습이 담긴 사진 속에 
서방 지도자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중국의 군사 굴기를 대대적으로 선언하는 이벤트에 가서 박수 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미국의 한 전문가는 "이 한 장의 사진이 미국 내 일부에게 충격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우리 관심은 중국이 박 대통령을 어떻게 각별하게 대우했는지에 집중됐다. 
박 대통령이 선 위치가 시진핑 바로 옆인지 푸틴 다음인지, 열병식을 서서 봤는지 앉아서 봤는지, 
북한 대표는 어디 앉았는지가 관심사였다. 
시 주석이 이번 행사를 전후해 유일하게 한국과만 정상회담을 했다는 것에 뿌듯해했다.

외교는 의전이다. 의전 그 자체가 많은 것을 말한다. 
하지만 중국이 한국을 특별하게 대접했다고 해서 흥분할 일은 아니다. 
한·중은 상호 의존도가 높은 이웃으로 서로 존중하고 예우할 만한 관계다.

19세기 말 중국 외교관 황준헌은 조선에서 국내외 정세를 알아보기 위해 일본으로 보낸 김홍집과 만난다. 
황준헌은 "귀국에 대한 중국의 은의(恩義)가 매우 굳은 것은 천하만국에 그 유례가 없는 것"이라면서 
"이 은의를 만세에 보전할 생각이시라면 오늘날의 급선무는 자강(自强)을 도모하는 데 힘쓰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쓴 '조선책략'을 건넨다. 
그는 "조선이라는 땅덩어리는 실로 아시아의 요충지에 있어 그 형세가 반드시 다툼을 가져오게 돼 있다"며, 
'친(親)중국, 결(結)일본, 연(聯)미국'할 것을 권한다.

주변 정세에 어두운 조선을 위한 조언이었다고 하나, 
중국(청)의 속내는 조선을 끌어들여 자신들의 문제도 일부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러시아 견제를 위해 미국을 조선으로 불러들여 바람막이로 삼고자 했던 것이다.

오늘의 중국은 한국에 또 다른 책략을 권하려 할 것이다. 
중국의 매력 공세는 한·미·일 연대 구도 속의 한국을 겨냥하고 있다. 
톈안먼 성루 위에 선 박 대통령은 의연했지만 어쩐지 위태로워 보이기도 했다. 
미·중·일 세력 구도가 급격하게 변하는 아시아란 바다에서 거대한 파도를 타는 서퍼(surfer)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21세기 중국의 책략을 어디까지 읽어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실 의전이야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다. 
중국 사람들은 원래 손님 접대 잘하기로 유명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