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5.09.05
존 햄리 미 싱크탱크 CSIS 소장
박 대통령, 3국 정상회의 끌어내
북한에 ‘안 변하면 고립’ 메시지
북 10월 핵·미사일 도발 가능성
한·미 정상회담, 군사협력 다룰 듯
존 햄리 미국 CSIS 소장
그는 “북한이 ‘나쁜 길’을 택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결정을 할 가능성을 (한·미 양국이)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인터뷰는 워싱턴의 CSIS 사무실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CSIS는 외교안보 분야 세계 최고의 싱크탱크로 미 정부의 정책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햄리 소장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부 차관과 부장관을 지냈고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도 국방장관으로 거론됐다. ‘워싱턴의 속사정’에 가장 정통한 인사로 통한다.
- 미국은 박 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참석에 대외적으론 ‘존중한다’고 하지만 속으론 좀 불쾌한 것 아니냐.
“그동안 중국이 수차례 ‘반일(反日)’ 어젠다에 한국으로 하여금 (중국을) 지지하고 동참할 것을 촉구했지만 그때마다 한국은 거절했다. ‘우리(한국)에겐 우리의 역사가 있는 것이고 우리 나름의 절차가 있고 처리하는 방법이 있다’며 중국과 한 줄에 서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으로 안다. 이번 참석도 같은 맥락이다. 난 박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투를 치르고, 죽은 이들에게 경의를 표할 목적으로 참석한 것으로 안다. 중국과 동맹을 맺거나 ‘반일’에 서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쁜 일이 아니다.”
-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은데.
“북·중 관계는 모든 분야에서 경직됐다. 중국은 북한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길 원치 않는다. 그래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난 중국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본다. (과거와는) 다른 방법으로 북한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 남북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북한이 먼저 변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난 (정상회담이) 시급한 문제라 보지 않는다. 역대 한국 대통령과 달리 박 대통령은 단순히 상징적인 이유 때문에 정상회담을 하려 하거나 대가를 지불하지 않을 것이다.”
- 다음달 16일의 한·미 정상회담에선 어떤 논의를 할까.
“미국의 많은 이들이 10월 10일의 북한 노동당 창건 70년 행사를 즈음해 (북한의) 핵실험 혹은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을 예상한다. 두 정상은 그와 관련한 공동대응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군사협력 방안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다.”
-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인가.
“내가 볼 때 북한의 군사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제대로 된 훈련을 할 수가 없다. 군사력이 약해지면 충격을 줄 수 있는 ‘특별한 일’을 벌이려 한다. 사이버 공격이나 핵무기 같은 것 말이다.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공격을 할 리스크가 크다.”
-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시 한·일 정상회담도 열릴 전망이다. 위안부 문제는 어떻게 되나.
“일본은 한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내 일본 친구들(아베 정권)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역사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터키와 아르메니아 관계를 봐라. 100년을 끌고 있다. 일본이 이대로 (위안부 문제를) 놔두면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1915~18년 터키에 의한 아르메니아인 집단학살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두고 양국이 아직까지 대립 중임). 아베 담화를 영문판으로 세 번 읽었는데 미국 입장에선 수용 가능하지만 한국 입장에선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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