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한·중 새로운 관계 태동하고 있다, 미국에도 좋은 일”

바람아님 2015. 9. 5. 10:32

[중앙일보] 입력 2015.09.05 

존 햄리 미 싱크탱크 CSIS 소장
박 대통령, 3국 정상회의 끌어내
북한에 ‘안 변하면 고립’ 메시지
북 10월 핵·미사일 도발 가능성
한·미 정상회담, 군사협력 다룰 듯

존 햄리 미국 CSIS 소장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햄리(65) 소장은 2일(현지시간)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과 중국 사이에 새로운 관계가 태동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에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햄리 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참석에 대해 “나쁘지 않다”며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이끌어냄으로써 북한에 ‘너희들이 변하지 않으면 고립되고 만다. 변화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나쁜 길’을 택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결정을 할 가능성을 (한·미 양국이)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인터뷰는 워싱턴의 CSIS 사무실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CSIS는 외교안보 분야 세계 최고의 싱크탱크로 미 정부의 정책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햄리 소장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부 차관과 부장관을 지냈고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도 국방장관으로 거론됐다. ‘워싱턴의 속사정’에 가장 정통한 인사로 통한다.

 - 미국은 박 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참석에 대외적으론 ‘존중한다’고 하지만 속으론 좀 불쾌한 것 아니냐.

 “그동안 중국이 수차례 ‘반일(反日)’ 어젠다에 한국으로 하여금 (중국을) 지지하고 동참할 것을 촉구했지만 그때마다 한국은 거절했다. ‘우리(한국)에겐 우리의 역사가 있는 것이고 우리 나름의 절차가 있고 처리하는 방법이 있다’며 중국과 한 줄에 서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으로 안다. 이번 참석도 같은 맥락이다. 난 박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투를 치르고, 죽은 이들에게 경의를 표할 목적으로 참석한 것으로 안다. 중국과 동맹을 맺거나 ‘반일’에 서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쁜 일이 아니다.”

 -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은데.

 “북·중 관계는 모든 분야에서 경직됐다. 중국은 북한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길 원치 않는다. 그래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난 중국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본다. (과거와는) 다른 방법으로 북한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 남북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북한이 먼저 변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난 (정상회담이) 시급한 문제라 보지 않는다. 역대 한국 대통령과 달리 박 대통령은 단순히 상징적인 이유 때문에 정상회담을 하려 하거나 대가를 지불하지 않을 것이다.”

 - 다음달 16일의 한·미 정상회담에선 어떤 논의를 할까.

 “미국의 많은 이들이 10월 10일의 북한 노동당 창건 70년 행사를 즈음해 (북한의) 핵실험 혹은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을 예상한다. 두 정상은 그와 관련한 공동대응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군사협력 방안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다.”

 -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인가.

 “내가 볼 때 북한의 군사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제대로 된 훈련을 할 수가 없다. 군사력이 약해지면 충격을 줄 수 있는 ‘특별한 일’을 벌이려 한다. 사이버 공격이나 핵무기 같은 것 말이다.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공격을 할 리스크가 크다.”

 -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시 한·일 정상회담도 열릴 전망이다. 위안부 문제는 어떻게 되나.

 “일본은 한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내 일본 친구들(아베 정권)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역사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터키와 아르메니아 관계를 봐라. 100년을 끌고 있다. 일본이 이대로 (위안부 문제를) 놔두면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1915~18년 터키에 의한 아르메니아인 집단학살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두고 양국이 아직까지 대립 중임). 아베 담화를 영문판으로 세 번 읽었는데 미국 입장에선 수용 가능하지만 한국 입장에선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