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월드리포트] "열병식은 곁가지"..전승절을 보는 미국의 눈

바람아님 2015. 9. 6. 08:08
SBS 2015-9-5

중국 베이징에서 전승절 70주년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열리는 시각, 알래스카를 방문중인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현지 중학교를 찾아 기후변화 문제 등을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열병식 행사가 끝난 뒤에도 백악관은 물론 NSC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국무부도 공식 브리핑이 없어 전승절 행사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이메일로 질문을 보내자 아시아 태평양 지역 담당 대변인 명의로 답을 보내왔는데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듯한 의도가 행간에 묻어 있었습니다. 국무부의 반응은 대부분 전날 나온 백악관의 전승절 입장과 궤를 같이 했습니다 "모든 당사국들이 70주년을 맞아 화해적 접근을 해야한다" "열병식에 군사 퍼레이드는 일반적인 것이다" "행사에 참석한 각국의 입장을 존중한다" 등으로 백악관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Anna Richey-Allen/국무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

Yesterday we commemorated the 70th anniversary of the formal end of
World War II in the Pacific.  We honor the patriotism and service of
16 million determined American veterans fought in air, on land, and at
sea to defend our nation and advance the cause of freedom.

We honor and respect the sacrifices made by many nations 70 years ago,
and believe that all parties should take a reconciliatory approach to
the 70th anniversary of the end of WWII.  As the President noted
yesterday, the United States’ relationship with Japan over the last 70
years stands as a model of the power of reconciliation.

Ambassador Baucus is the President’s personal representative in China.
His presence signaled the importance the United States attaches to
honoring the sacrifices made by the United States and many Asian
countries during the war and in promoting reconciliation and
friendship among the countries who participated on all sides of the war.

Military parades normally have military equipment and we respect each
countries’ decision on its own participation in this event. 

국방부는 군사 퍼레이드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국방부 대변인은  "놀랄 일이 아니다 우리가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없었다"며 미국은 왜 신무기를 열병식을 통해 선보이지 않냐고 묻자"좋은 질문이라며 우리 스타일이 아니고, 미군은 세계 최강이기 때문이다"라고 대규모 열병식의 의미를 축소했습니다. 


<피터 쿡 /국방부 대변인>

COOK:It wouldn't be the first time that new military hardware of some sort
was displayed at a military parade, so I would say -- suggest to you
it's not completely surprising and not something we wouldn't --wouldn't have expected. 

Q: why doesn't the U.S. display its new military hardware in parades?

COOK: That's a good question. I hadn't considered that. I'd like to
say it's not our style. The U.S. military is the -- is the world's
foremost military, and people shouldn't doubt that. And people know
the strength of the United States, the strength of our military, and I
think it's safe to say that we don't need to display it at parades
necessarily for people to understand what the United States is capable of. 

미국 정부는 중국이 공을 들여 준비한 사상 최대규모의 열병식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과 이에따른 한중일 관계 변화에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미국이 이번 전승절 행사에 대해 냉철하게 계산된 반응을 내놓았다고 평가했습니다.
감성적으로 '우방인 한국이 6.25당시 적국이자 미국 동맹국 정상들이 참석하지 않는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기분 나쁠 것이다'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성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한국이 제 1교역국인 중국과의 현실적인 관계,중국의 북한 문제 지렛대 역할 등을 감안해 참석을 결정한 것을 이해하고 있으며 전승절에 참석하면서 그 행사의 패키지인 열병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중국을 더 기분 나쁘게 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은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한데 대해 높이 평가했습니다.
한중일 역내 국가끼리 잘 지내는 것이 단지 세 나라의 이익에 부합할 뿐 아니라 동북아지역의 평화, 결국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3국 회담이긴 하지만 두 우방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개선을 위한 단초가 오랜만에 마련된데 대해 의미를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반응은 대규모 열병식이란 미국 입장에서 어찌보면 전승절 행사의 곁가지 문제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생각을 나타낸 것이란 분석입니다. 특히 이달 하순 시진핑 주석의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곁가지 문제로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런 미국 정부의 입장과 달리 야당인 공화당과 미국내 보수적인 싱크탱크들은'군사적 패권확장을 드러낸 것이다'라며 비슷한 톤으로 열병식을 비판했습니다.


특히 보수적인 워싱턴포스트는 좀더 강한 톤으로 열병식을 비판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베이징 특파원발 기사에서 "이번 군사퍼레이드가 특정국가, 특히 일본과 관계없다"는 중국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을 반박하는 중국 전문가의 말을 인용했는데요. 이 전문가는 "열병식은 일본과 아주 관계가 깊고 특히 미국과도 관계가 있다" "일본이 또 다시 중국을 공격하면 싸워 이길 것이고  그 전쟁에서 사용할 무기를 보여준 것이었다"고 전하면서 "만약 일본이 중국을 다시 공격할 때 미국이 일본 편에 선다면 미국과도 싸울 것이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말을 인용했습니다.


미국내 보수층들의 시각에는 중국의 부상과 위협에 대한 견제심리가 강하게 깔려 있습니다.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미국을 상대로 한 사이버 공격,AIIB를 통한 경제적 부상 등이 결국 미국의 이익에 반한다는 것입니다. 어느덧 공화당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떠오른 도널드 트럼프는 이런 보수층을 의식해 연일 "중국이 미국내 일자리 2백만 개를 빼앗아갔다" "위안화 평가절하로 미국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고 다른 공화당 후보들이 중국을 비판하며 시진핑 주석의 국빈방문의 격을 낮추거나 취소하라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오바마 정부 입장에서도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이런 국내정치의 상황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와 기후변화,경제 문제 등 중국과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되 중국해 문제나 사이버 안보,인권 문제 등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선 대선을 의식해 좀더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중국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는 게 선거에 도움이 될 지 이번 미중 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외교력을 보일 지가 주목되는 이유중 하나입니다.   

    

김우식 기자kwsik@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