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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동결> 제로금리 유지..다음 인상시점에 '촉각'

바람아님 2015. 9. 18. 11:02
연합뉴스 2015-9-18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결국 성급함보다 신중함을 택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17일(이하 현지시간)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성명을 통해 현행 0∼0.25%인 연방기금금리 목표치, 즉 기준금리를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의 관심은 오는 10월 또는 12월에 연준이 과연 기준금리를 올릴지, 올린다면 어떤 형식과 속도로 올릴 지로 옮겨졌다.


◇지지부진 물가, 결국 금리인상 제동 = 연준이 고민 끝에 '제로 금리'를 유지한 가장 큰 배경으로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발표된 부진한 경제지표, 특히 물가 관련 지표들을 꼽았다.


미국 기준금리 변동 추이
미국 기준금리 변동 추이
기준금리 동결 방침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의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
기준금리 동결 방침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의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

쉽사리 오르지 못하는 물가가 주로 국제유가 하락 때문이고 연준에서는 유가 하락을 일회성 요인이라고 간주했지만, 지표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보였던 연준이 낮은 물가지표를 무시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연준의 주요 물가지표인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지난 7월에 전년 동월대비 1.2%의 상승률에 그쳤다. 이는 2011년 3월 이후 최저치다.


더욱 연준을 부담스럽게 만든 부분은 핵심 PCE 물가지수가 지난해 7월 이후 줄곧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렸다는 점이다.

물가는 고용과 함께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인 '두 가지 임무'(dual mandate)를 구성한다.

최근 발표된 다른 물가 지표들 역시 물가 상승에 대한 '합리적 확신'을 갖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번 FOMC 회의 직전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1% 하락하며 7개월만에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고, 지난주에 발표된 같은달의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넉 달만에 상승세를 멈췄다.

주목할 부분은 연준이 지난 6월보다 물가 상승 속도를 더 완만하게 예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0.6∼0.8%였던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 예상치는 이날 발표에서 0.3∼0.5%로, 내년의 PCE 물가지수 예상 상승률은 1.6∼1.9%에서 1.5∼1.8%로 각각 낮아졌다.

이날 발표한 FOMC 회의 결과 성명에서도 연준은 "계속 물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연준 '시장의 목소리' 들었나 = 많은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연준의 금리 동결의 배경 중 하나로 최근 불안한 모습을 보여 온 전 세계 금융시장의 동향을 꼽으며 연준이 금융시장의 목소리를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 반영했다고 풀이했다.

주요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공급하는 기관으로서 연준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경제 여건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줄곧 제기돼 왔다. 중국 경제를 비롯한 글로벌 경제의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는 와중이어서 그런 주장에 더욱 힘이 실렸던 게 사실이다. 옐런 연준 의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신흥시장이 글로벌 경제 우려의 초점이었다"고 말한데서도 그런 문제 의식이 드러난다.

특히 지난달 중순께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낮춘 일을 계기로 중국발 금융시장 충격이 전 세계를 강타한 일을 계기로 미국 금리 인상의 '시기상조론'은 일부 소수의 목소리가 아닌 '중론'으로 자리잡았다.


'시기상조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2013년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의 단계적 축소를 언급하면서 금융시장이 출렁였던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나 1994년 미국 금리 인상을 계기로 채권시장이 '대학살'로 불릴 정도의 혼돈에 빠졌던 사례를 거론하며 적어도 이달은 금리인상 시점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2011년 초 금리를 올렸다가 같은 해 도로 내렸던 유럽중앙은행(ECB)의 사례도 '시기상조론'의 근거로 빠지지 않았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나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같은 유명 경제인들은 물론,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까지도 기준금리 인상 유보론의 편에 섰다.


이처럼 기준금리 인상 반대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 대해 "연준이 독단적으로 움직이지 않음을 보였고 앞으로 혹시 있을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명분을 쌓았다"는 풀이가 있지만, "중앙은행인 연준이 지나치게 금융시장의 눈치를 봄으로써 좋지 않은 사례를 남겼다"는 목소리 역시 있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금리 인상 여부의) 판단에는 고용시장 조건과 물가 지표, 물가상승 전망, 금융시장, 국제적 상황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정보가 고려될 것"이라고 밝혔다.


◇10월·12월·내년…언제 금리 올릴까 = 이번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은 높아진 금리로 야기될 두려움에서는 벗어났지만, 언제 연준이 금리를 올릴지에 대한 예측 경쟁이 재개될 전망이다.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던 만큼, 금융위기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는다면 연준은 신뢰성 차원에서라도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하는 처지기 때문이다.


가장 유력한 시점은 12월이다. FOMC 정례회의와 더불어 옐런 의장의 기자회견이 예정된 만큼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를 설명하기에 적절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번 FOMC 회의 때 기준금리 인상의 발목을 잡았던 물가 같은 경제지표들이 과연 회복 궤도에 들어섰는지를 판단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12월설'의 배경이다.


FOMC 참석자 17명이 특정 시기까지의 적정 기준금리 수준을 제시하는 '점도표' 분포에서 올해 말의 금리로 0.25%∼0.5% 구간을 제시한 사람이 7명으로 가장 많았고, 가장 높은 수준인 0.75%∼1% 구간은 1명만 제시한 점도 '12월설'을 뒷받침한다.

인상 시점으로 10월을 지목하는 목소리 또한 이번 FOMC 회의를 계기로 작아졌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인상 시점을 아예 내년으로 미루자는 주장은 더 힘을 받을 전망이다.


당장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미국 경제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는 점이 이번 FOMC 회의 결과로 나타난 만큼 미국 물가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유럽이나 다른 경제권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금리 인상을 유보하는 일이 기계적인 원칙론을 고수할 때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이익을 준다는게 '내년 이후' 인상론자들의 논리다.

smi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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