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최고위급 4년만의 방북, 최고예우…북중관계 '해빙' 관심
(상하이·서울=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이봉석 기자 = 북한의 10일 열병식에서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왼쪽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아 북중관계 변화가 주목된다.
중국 권력서열 5위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친서를 들고 북한을 방문한 류 상무위원은 김일성 광장의 귀빈석인 주석단에 김 제1위원장의 바로 뒤에서 입장한 뒤 김 제1위원장 왼쪽 옆자리에서 열병식을 별다른 표정없이 지켜봤다.
김 제1위원장이 평양 김일성광장에 모인 장병과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자 류 상무위원은 옆에서 박수를 쳤으며, 두 사람이 통역을 통해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서 중국이 북한측 대표로 참석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앞줄의 오른쪽 말석에 자리를 배치했던 전과에 비춰 이번 류 상무위원이 어느 위치에 서게 될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북한 열병식에 참석하는 중국 대표는 항상 북한의 최고지도자 바로 옆에 자리잡고 최고의 예우를 받았었기 때문에 이번 김 제1위원장 바로 옆의 류 상무위원 자리는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북한 열병식에는 러시아가 공식 경축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고 다른 나라 대표단은 쿠바, 라오스 등 중국에 비해 격이 떨어짐에 따라 김 제1위원장 옆 자리는 자연스럽게 류 상무위원의 차지가 됐다.
2010년 10월10일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 당시에도 현재 비리로 수감중인 저우융캉(周永康) 당시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및 중앙정법위원회 서기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왼쪽에 섰고 이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자리를 잡았다.
당시 열병식에 후계자를 공식화하며 처음 주석단에 오른 김정은은 김정일 오른쪽 두번째에 위치했었다.
이어 2013년 7월 27일 열린 북한의 정전협정체결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선 중국 대표로 참석한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 부주석이 김 제1위원장 바로 옆에 섰다.
따라서 류 상무위원에 대한 자리 배치보다는 류 상무위원의 중국내 위상 측면에서 북중 관계의 단면을 파악할 수 있다.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과 대표적 친중파인 장성택 처형 이후 북중간 고위급 인사의 왕래가 거의 끊긴 상황에서 훨씬 권력 서열이 높은 류 상무위원을 보냄으로써 중국에 모종의 신호를 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중국 최고지도부 일원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2011년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정치국 상무위원 겸 상무부총리 신분으로 북한을 방문한 이후 4년 만의 일로 시진핑 체제 들어서는 처음이다.
중국은 류 상무위원 파견을 통해 최근 냉각된 북중 관계를 고려해 북한에 관계 개선을 위한 뜻을 보였고 북한도 일단 중국측 의도에 적당한 기조로 화답했다.
김 제1위원장과 류 상무위원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대내외에 보여줌으로써 북중 양국은 최근까지 냉랭했던 관계를 청산하고 과거 혈맹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제1위원장과 류 상무위원은 전날 국빈급 영빈관인 평양 백화원초대소에서 만나 북한과 중국이 "피로써 맺어진 관계"라는 점을 강조하며 관계 강화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김 제1위원장이 이날 열병식 연설에서 그간 밝혀왔던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을 언급하지 않은채 '경제·국방 병진노선'으로 물러섬으로써 중국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해준 것으로 읽힌다.
중국은 북한이 김일성의 '경제·국방 병진노선'에서 김정일의 '선군노선'으로, 다시 김정은의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으로 이어가는 과정에서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로 동북아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이 류 상무위원 면전에서 핵무력 병진노선을 거둬들이는 한편 시진핑 국가주석이 축전을 통해 강조한 선대의 '유훈 존중' 메시지를 받아들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위원장은 모두 대외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해왔다.
아울러 류 상무위원이 이끄는 방북단에 왕자루이(王家瑞)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대외연락부 부부장, 외교부 부부장, 상무부 부부장 등이 포함된 것도 지지부진했던 북중 경제협력에서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정은 옆에 나란히 선 류윈산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