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5-10-31
중국의 방향 전환은 우리에게 도전일 수도, 기회일 수도 있다. 중국이 마침내 7% 성장을 포기한 것은 우리 수출에 좋은 소식일 수 없다. 중국의 성장률은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 그런 한편으로 중국이 내수(內需)를 늘려 경제에 안정감을 되찾으려는 것은 희망적이다. 이른바 '신창타이(新常態)'라고 하는 개혁의 목표가 바로 내수 확대다. 4300조원을 넘어 이미 미국의 80% 수준인 소비 시장을 더 키워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늘리고, 수출 의존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르면 5년 안에 중국 소비 규모가 2배가 될 것으로 본다.
방한(訪韓)을 앞둔 리커창 중국 총리는 본지 특별 기고에서 "한국 기업이 중국과 더불어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통신, 의료, 전자상거래, 마케팅, 브랜드, 물류 분야에서 협력을 강조하고 중국 중서부로 진출하라는 조언도 했다. 중국이 새로 짜는 산업 구조에 한국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중국 시장을 가만 앉아 있어도 떨어지는 감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중국이 최근 세계 기업 사냥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 기업들을 내세워 커지는 자기들 시장을 선점하려는 포석이다. 최근 중국 칭화유니사가 가전제품에 쓰이는 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미국 샌디스크를 21조원에 우회 인수했다. 중국 기업들은 올해만 10곳에 이르는 우리나라 IT·통신·게임 기업을 코스닥에서 쓸어 담았다. 두 자녀 정책을 공식화한 중국은 이미 1년 전 우리 유아용품 업체 아가방을 사들였다. 규모가 커질 시장의 유망 기업을 싹쓸이한 것이다.
최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원칙과 체통을 버렸다는 비판까지 감수하면서 중국에 올인하는 것 역시 중국 시장 확대를 염두에 둔 것이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중국 내 판매 실적이 2009년 진출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업체에 뒤졌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작년 3분기에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샤오미에 내줬다. 다른 많은 우리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손해만 보고 있다.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맞춰 변화하고 중국 기업과 경쟁해 이기지 못하면 중국 시장이 두 배로 커져도 우리 몫은 별로 없을 것이다. 중국 시장이 확대되고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커질수록 오히려 우리 기업들이 중국의 하도급 업체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한·중 경제관계의 역설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국가와 기업 모두가 '서 있으면 죽는다'는 절박감으로 개혁하고 혁신하는 길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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