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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TPP, 협정문 완벽한 분석을 토대로 접근해야

바람아님 2015. 11. 7. 10:05
연합뉴스 2015-11-6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정문이 5일 참여국 정부 웹사이트 등을 통해 공개됐다. 지난달 5일 타결된 지 한 달만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협정문 공개와 동시에 의회에 협정문을 공식 통보했다. 의회 통보에 맞춰 발표한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협정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TPP가 미국인 노동자를 우선시하는 새로운 무역협정"이라고 규정하고 "TPP는 미국이 21세기 질서를 쓰게 해 준다"고 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90일간의 의회 검토 기간이 끝나는 내년 2월 초 협정문에 서명할 예정이다. 미국이 TPP 발효를 위한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공개한 협정문은 2천 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총 30개의 챕터로 짜였다. 시장접근 분야를 보면 시장 개방도는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다. 회원국들은 최장 30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해 최종적으로 95~100% 자유화를 달성토록 하고 있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자유화 수준(98~100%)과 엇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호주와 멕시코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100% 관세철폐에 합의한 상태이니 이를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오히려 개방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민감한 농산물 시장개방 수준도 꽤 높다. 농산물 시장개방을 꺼려온 일본이 쌀, 유제품, 사탕수수, 쇠고기, 돼지고기 등 5대 민간분야에 대한 관세·비관세 장벽을 제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대신 승용차·전기·전자 분야에서 미국의 대일 관세 철폐를 얻어냈다. 이 부분은 한국과 일본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우리나라 기업의 피해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규범 분야는 한미 FTA에는 없는 새로운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다. 협력 및 역량강화, 경쟁력 및 비즈니스 촉진, 중소기업, 규제조화 등이 그것이다. 규범 분야에는 21세기 새로운 질서 창출이라는 미국의 목표가 반영돼 있다. 달리 말하면 앞으로 이 내용들은 글로벌 통상규범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이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한 측면이 많다. 특히 원산지 완전 누적기준, 국영기업 규제, 환경분야 이슈 반영 등은 민감한 부분이 많아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덧붙여 TPP 참여 12개국은 이례적으로 환율정책을 협의하는 틀을 마련키로 합의했다. 수출증가를 노리고 자국 통화를 부당하게 절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장치는 신규 참여 국가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TPP 12개 창설국에 들어가지 않았다. 다만 TPP 회원국 중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과 양자 FTA를 맺고 있어 당장 큰 충격은 받지 않을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일정 부분에서는 우리 기업이 FTA로 인한 선점 효과를 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전세계 경제의 40%를 차지하는 TPP로부터 장시간 소외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간이 경과하면 FTA 선점 효과도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협정문이 공개되자마자 'TPP 협정문 분석 태스크포스'를 가동해 세부내용을 정밀 분석하기 시작했다. 분석 내용을 토대로 공청회, 국회 보고 등을 거친 뒤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정부 입장을 최종 정리할 방침이라고 한다. 모쪼록 완벽한 분석을 토대로 치밀한 접근전략을 만들어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