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11.14 한삼희 논설위원)
상하이 황푸강 夜景, 현란한 네온사인 숲
수천명 시민들 즐겨… 강변엔 다양한 식당들
한강은 아파트만 즐비가서 볼 것도 없고 변변한 강변 식당 없고
'한강 改造' 안 해보나
상하이에서 구경한 황푸강(黃浦江) 야경은 인상적이었다.
서울의 한강이 강남과 강북을 가르듯, 황푸강은 상하이 도심을 초고층 빌딩 숲인 푸둥(浦東)과
유럽풍 석조 건물의 푸시(浦西)로 가른다.
푸시 쪽 와이탄(外灘) 산책로에서 푸둥 쪽의 번쩍대는 네온사인을 바라보면 규모부터가 압도적이다.
야경도 야경이지만, 수많은 사람이 강변에 나와 도시의 밤 얼굴을 즐긴다는 것이 부러웠다.
지난달 와이탄의 강변 산책로에 가봤을 때는 평일 저녁인데도 수천 명이 북적댔다.
폭 15m, 길이 1㎞쯤 돼 보이는 제방 산책로가 사람들로 가득 차 다른 사람 어깨에 부딪히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
다들 들뜬 분위기에서 야경을 사진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강엔 현란한 네온사인으로 치장한 유람선들이 쉴 새 없이 지나다녔다.
산책로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강변 식당이 하나 있어서 가봤다.
10명쯤 들어갈 수 있는 단체방이 10개 있었는데, 강 쪽을 통창으로 해놔 야경을 감상하면서 식사할 수 있었다.
강변 바람까지 누릴 수 있는 베란다엔 4~6인용 식탁이 20여 개 있었다.
강 건너 푸둥 쪽의 빈장다다오(濱江大道) 강변 산책길도 가봤다.
상하이의 랜드마크 타워 둥팡밍주(東方明珠) 바로 아래쪽이다.
이곳엔 일본 뎃판야키집, 태국 식당, 이탈리아 식당, 피자집 등 식당 10여 곳이 레스토랑가(街)를 형성하고 있었다.
강 건너 와이탄 쪽 상하이 금융가의 석조 건물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강 양쪽 고층 건물들에도 강을 내려다보는 고급 카페와 테라스 식당이 꽤 있다.
황푸강 풍광을 보면서 한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도시 사람들은 강을 바라다보면서 많은 위안을 느낀다.
관광이 핵심 산업인 도시 가운데는 강변 풍광을 내세우는 곳이 많다.
그러나 한강엔 강변 경치를 즐기면서 밥을 먹을 수 있는 변변한 식당이 없다.
개장한 지 얼마 안 되는 세빛섬의 레스토랑 몇 곳이 떠오르긴 한다.
63빌딩에도 한강을 내려다보는 식당이 있긴 있지만 강변 레스토랑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이름 자체가 강변에 있다는 뜻인 어느 호텔 역시 한강을 감상할 수 있는 식당은 갖고 있지 않다.
양재천을 설계한 가천대 최정권 교수는
"모네는 템스강이 보이는 런던의 사보이호텔에 머물면서 그 유명한 워털루 브리지 그림을 그렸는데
서울 한강에선 그런 그림이 나올 수 없다"고 했다.
한강은 풍광이랄 만한 것도 없다.
아파트만 즐비해서 누가 그 단조로운 아파트 경치 구경하러 강가로 나오기나 하겠는가.
그나마 있는 한강 경치는 강변 아파트를 소유한 주민들이 사유화(私有化)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강을 내려다보는 그 아파트들은 강변 프리미엄으로 값이 몇 천만원씩은 더 비쌀 것이다.
일반 시민들은 토끼굴 같은 곳을 통과해 둔치로 들어가 자전거를 타는 것이 고작이다.
강 양옆 제방 위에 자동차 전용 도로를 만들어 놓아 한강 쪽 접근로가 끊긴 탓이다.
황푸강에선 지하철역에서 5분, 10분만 걸으면 강변 산책로가 나온다.
10여 년 전부터 강변 아파트 단지를 재건축할 때 강변도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를 덮개 공원으로 씌워 걸어서 강가로 갈 수
있게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거론됐다.
잘만 하면 괜찮은 작품이 나올 것 같은데, 주민 설득이 어려운 탓인지 여태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간 앞으로 20년, 30년 뒤에도 한강엔 아파트 말고는 볼 것도 없고, 그나마 강변 풍광도 가서 볼 곳이 없어 보지
못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서울 같은 대도시가 한강만 한 커다란 강을 품고 있다는 것은 축복(祝福)이다.
그 축복을 전체 시민이 나눠 누릴 수 있게 해주는 행정은 없는 것인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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