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日本消息

[만물상] 산케이 기자

바람아님 2015. 12. 18. 10:46

(출처-조선일보 2015.12.18 최원규 논설위원)

기자가 특종 보도로 이름을 떨친 경우는 많지만 허위 보도로 유명해지는 건 별로 본 적이 없다. 
그런 사례로 꼽을 만한 게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다. 
작년 8월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누구와 만났을까'라는 기사와 검찰 수사로 
그는 일본에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세월호 참사 날 박 대통령 행적을 교묘하게 스캔들로 연결한 기사였다.

▶그날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머물렀고 가토가 스캔들 당사자로 지목한 정윤회씨도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일본 정계와 우익 언론은 그를 자유 언론의 투사(鬪士)로 대접했다. 
반한(反韓) 감정을 부추기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였다. 
아베 총리는 그를 관저로 불러 다독이기까지 했다.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8개월 출국 정지됐다가 일본으로 귀국한 직후였다. 
산케이는 그의 귀국을 보도하는 데 1면의 3분의 2를 썼다.

[만물상] 산케이 기자
▶산케이는 가토 기사가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는데도 정정 보도는커녕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인터넷 기사도 내리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다. 되레 지면을 통해 '한국은 언론 탄압국'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아사히신문이 32년 전 위안부 관련 기사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며 취소하자 "오보(誤報)에 대한 진정한 사과가 없다"고 
비판했던 산케이다. 
그러면서 자기네 오보엔 눈을 질끈 감았다. 
기자에게 오보는 치명적인데도 부끄러움조차 없다.

▶시민단체 고발이 있었다곤 해도 검찰이 이 문제를 기소까지 끌고 가면서 빌미를 준 측면도 있다. 
검찰은 고발이 들어오면 수사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단순한 명예훼손이 아니었다. 
언론 자유 논란이나 외교 문제로 비화할 소지가 다분했다. 
예상대로 허위 보도 자체보다 가토 처벌 여부와 한·일 갈등만 화제가 됐다. 
급기야 어제 1심 법원까지 "기사는 부적절한 점이 있지만 언론 자유 보호 영역에 포함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얻은 건 없고 손해만 막심한 '바보 기소'였다. 

▶이제 가토와 산케이는 무죄판결에 기대 '언론 자유 투사' 장사판을 벌일 것이다. 
그러나 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린 건 보도가 사실이어서가 아니다. 
"비방 의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결일 뿐이다. 
재판부는 이미 재판 중간에 허위 보도라는 점을 밝혔고 가토 스스로도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 사례는 저질 보도에 대해선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보다 공론장(公論場)에서 실체가 드러나게 하는 게 상책이라는 
교훈을 남긴다. 
아니면 아예 무시하거나. 
그랬다면 가토는 절대로 언론 자유 운운할 수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