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 2015.12.26
1910~1955년 데이터 분석해보니…
하이일드 채권과 국채 금리와의 차이가 확대됐을 때 경기침체 맞아
위험자산인 정크 본드(투자 부적격 채권) 시장에 유혈이 낭자하다. 최근 미국 펀드 운용사 '서드 애비뉴 매니지먼트'는 하이일드 채권(신용등급이 낮은 고위험·고수익 채권) 펀드를 청산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인출을 금지했다.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현금이 없다는 이유를 댔다. 채권시장은 요동쳤고 리세션(경기 후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하이일드 채권은 정말로 앞으로 불어닥칠 위기를 예고하는 '탄광 속 카나리아(위험의 전조를 알려주는 것)'일까?
한 학술 연구에 따르면 위험자산인 하이일드 채권과 안전자산인 국채 간 금리 차이(이를 리스크 프리미엄 또는 하이일드 스프레드라 부른다)를 보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할 수 있다.
1999년 '옥스퍼드 경제 정책 리뷰(OREP)'는 하이일드 스프레드(하이일드 채권과 국채 간 금리 차)가 기준금리 등 다른 금융 선행지표보다 더 경기 예측력이 뛰어나다는 내용의 논문을 실었다. 2003년 국제통화기금(IMF)이 낸 보고서에도 비슷한 평가가 담겼다. 특히 IMF 보고서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상당한 단기 예측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들의 문제는 데이터가 최근 것 위주로 돼 있어 과거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결론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흔히 정크 본드는 최신 발명품이기 때문에 1980년대 말 이전에는 비교할 만한 데이터가 없다는 것이 통념이다.
그러나 러트거스대 경제학자들이 최근 이를 뒤집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그동안 관심을 받지 못했던 1910~1955년 사이의 하이일드 채권 데이터를 분석했다.
당시 채권은 처음엔 'Aaa'나 'Baa' 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Ba' 아래로 등급이 강등된 후 매력을 잃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전 만기가 남은 채권 중 투기 등급 채권이 전체 장부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5%에 달했다.
연구진은 정크 본드가 신용등급이 더 높은 채권보다 경제 상황을 더 잘 반영하는 경기 선행지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연구를 통해 여러 질문이 나오는데, 예컨대 '1920년대 후반 대출 수준이 하락했나' '1930년대 후반에 유동성 함정(금리 인하 등을 통해 돈을 풀어도 경제 전반에 돈이 돌지 않는 현상)이 있었나' 등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질문은 하이일드 스프레드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경기 예측력에 관한 것이다.
이론적으로 경기 사이클 중 터닝 포인트(전환점)를 예측하는 능력은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하이일드 채권과 국채 금리의 차이가 축소될 때로, 투자자들은 이때 최악의 상황이 끝났고 저점이 임박했으며 반등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질 때다. 이때 투자자들은 경제가 정점을 찍었고 곧 경기가 수축하리라고 예상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이일드 채권과 국채 금리 차가 줄어들고 이어 실제로 경기가 저점을 찍은 것은 총 10번의 경기 저점 중 3차례에 불과했다. 반면 금리 차이가 확대될 때는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고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총 10번 중 8차례나 들어맞았다. 1920년대 미국 경제는 호황을 누렸으나 1929년 8월을 기점으로 대공황에 빠졌고 1937년에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기준금리를 성급히 올려 경기 침체를 맞았다.
이 연구 결과와 1980년대 이후의 데이터 연구를 결합해 보면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참고할 가치가 있는 선행지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일어난 하이일드 스프레드 급등 현상은 정크 본드 시장 위기보다 훨씬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
지금 얼마나 나쁜 상황일까? 예컨대 대공황이 시작된 1929년 8월 이전 3개월간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0.47%포인트, 1937년 5월 이전 3개월간은 0.85%포인트 급등했다. 올해 11월부터 6주 동안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약 1.20%포인트 치솟았다.
현재 재앙이 눈앞에 닥쳤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두 시대 사이에는 천양지차가 있다. 그러나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계속 벌어지면 전보다 더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
연구진은 정크 본드가 신용등급이 더 높은 채권보다 경제 상황을 더 잘 반영하는 경기 선행지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연구를 통해 여러 질문이 나오는데, 예컨대 '1920년대 후반 대출 수준이 하락했나' '1930년대 후반에 유동성 함정(금리 인하 등을 통해 돈을 풀어도 경제 전반에 돈이 돌지 않는 현상)이 있었나' 등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질문은 하이일드 스프레드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경기 예측력에 관한 것이다.
이론적으로 경기 사이클 중 터닝 포인트(전환점)를 예측하는 능력은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하이일드 채권과 국채 금리의 차이가 축소될 때로, 투자자들은 이때 최악의 상황이 끝났고 저점이 임박했으며 반등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질 때다. 이때 투자자들은 경제가 정점을 찍었고 곧 경기가 수축하리라고 예상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이일드 채권과 국채 금리 차가 줄어들고 이어 실제로 경기가 저점을 찍은 것은 총 10번의 경기 저점 중 3차례에 불과했다. 반면 금리 차이가 확대될 때는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고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총 10번 중 8차례나 들어맞았다. 1920년대 미국 경제는 호황을 누렸으나 1929년 8월을 기점으로 대공황에 빠졌고 1937년에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기준금리를 성급히 올려 경기 침체를 맞았다.
이 연구 결과와 1980년대 이후의 데이터 연구를 결합해 보면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참고할 가치가 있는 선행지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일어난 하이일드 스프레드 급등 현상은 정크 본드 시장 위기보다 훨씬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
지금 얼마나 나쁜 상황일까? 예컨대 대공황이 시작된 1929년 8월 이전 3개월간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0.47%포인트, 1937년 5월 이전 3개월간은 0.85%포인트 급등했다. 올해 11월부터 6주 동안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약 1.20%포인트 치솟았다.
현재 재앙이 눈앞에 닥쳤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두 시대 사이에는 천양지차가 있다. 그러나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계속 벌어지면 전보다 더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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