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최후의 승자는 살아남은 자다

바람아님 2015. 12. 29. 00:46

[J플러스] 입력 2015.12.25 


먼 옛날 중국에 우공(愚公)이란 90세 노인이 살았습니다. 우공은 어리석은 사람이란 뜻이죠. 그의 집 앞엔 태형(太形)과 왕옥(王屋)이란 산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두 산 때문에 우공은 평생 먼 길을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어느 날 우공은 자식들을 모아놓고 결단을 내립니다. “오늘부터 거추장스런 저 산들을 옮기도록 하자”. 우공과 그의 아들들은 맨손으로 두 산의 흙을 퍼서 동쪽 바닷가에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웃들은 비웃었습니다. 그러나 우공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산은 유한하지만 내 자손은 무한하다. 대대손손 계속하면 제 아무리 태형·왕옥인들 버티겠느냐”. 그러자 두 산의 산신령이 좌불안석이 됐습니다. 자칫하면 기거할 곳이 사라지게 생겼기 때문이죠. 다급해진 산신령들은 옥황상제에게 산을 옮겨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사정을 들은 상제는 두 산을 통째로 들어 동쪽과 남쪽으로 옮겼습니다.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篇)에 나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고사입니다.
정부 부처를 출입하던 시절 이른바 날리던 젊은 관료를 여럿 만났습니다. 그런데 한 10년쯤 지나 다시 가보니 내로라던 엘리트 관료는 대부분 사라졌더군요. 어떤 이는 소신 정책을 밀어붙였다가 여론의 화살을 맞고 나락으로 떨어졌고 어떤 이는 관료조직을 못 참고 뛰쳐나갔습니다. 옛말에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더니 딱 맞았습니다. 재주 있는 사람이 승자가 된 게 아니라 끝까지 버틴 사람이 승자였습니다.

내년 한국을 둘러싼 경제 환경은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울 것 같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7년 만에 ‘제로(0)금리시대’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의 조류가 바뀐 겁니다. 이 마당에 국내 물가는 0%대 저공비행 중입니다. 디플레이션과 싸워야 할 찰나에 미국의 금리 인상과 맞닥뜨렸으니 진퇴양난입니다. 한국은행은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신호를 계속 시장에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칼자루를 쥔 건 한은이 아닙니다. 미국이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면 한은이라도 용뺄 재주가 있을까요.

수출 대신 내수 주도 성장을 하겠다는 중국의 신창타이(新常態) 정책은 한국 제조업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원자재를 사다 중간재로 만들어 중국에 팔아온 우리 제조업은 군살부터 빼야 하게 생겼습니다. 여기다 우리의 수출시장이었던 러시아를 비롯해 중동과 중남미 산유국마저 저유가 직격탄을 맞고 빈사 상태가 됐습니다. 당분간 제조업에서 일자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여기다 내년부터 300명 이상 사업장의 정년이 60세로 늘어납니다. 노동개혁법의 연내 국회 통과는 물 건너 갔으니 노동시장엔 한파가 닥칠 겁니다.

금융산업에도 격랑이 일 것 같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초저금리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금리가 오르는 건 금융산업에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돈 장사로 먹고사는 금융회사에겐 저금리가 독입니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면 부풀대로 부푼 가계·기업부채라는 뇌관을 건드릴 위험이 커집니다. 여기다 인터넷전문은행이란 ‘메기’가 링에 오릅니다. 대우증권을 인수해 압도적인 1위 증권사로 발돋움한 미래에셋의 행보도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덩치만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기존 금융회사로선 생존의 기로에서 선택을 강요 받게 될 겁니다.

변화의 시대 섣불리 움직였다간 급류에 휩쓸려 뼈도 못 추릴 수 있지요. 그렇다고 복지부동만 했다간 순식간에 낙오자로 전락해 도태될 겁니다. 이럴 땐 길게 보고 묵묵히 한 우물을 파는 게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요.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연말연시 인사이동도 많을 겁니다. 영전에 축배를 들 사람도 있을 테고 소주를 들이키며 분을 삭여야 할 직장인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쉽게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격랑의 시대입니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저 묵묵히 삽질을 해나가다 보면 또 압니까. 별안간 선산을 지킬 소나무가 돼있을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