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원의 ‘산경춘행도’(13세기 초, 비단에 수묵담채, 타이베이 고궁박물원)
꽃이 만발한 어느 봄날. 선비가 모처럼 산책을 나섰다. 사색을 즐기며 구불구불 오솔길을 걷던 그는 버드나무 아래에서 발길을 멈췄다. 푸드덕 날갯짓하며 비상하는 한 마리 꾀꼬리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순간 시 한 수가 절로 입가를 맴돈다. “옷소매 스치는 들꽃은 저마다 스스로 춤추고 / 사람 피해 달아나는 새는 울음을 멈추네.”
남송대의 화가 마원(馬遠)의 ‘산경춘행도(山徑春行圖)’는 봄 경치에 흠뻑 젖은 선비의 봄나들이 정경을 묘사한 것이다. 그런데 선비를 둘러싼 자연은 마치 필터라도 씌운 것처럼 뿌옇다. 왼편의 완만한 산등성이는 실루엣만 드러내고 있고 오른편에는 한 마리 새가 텅 빈 허공에 자취를 남길 뿐이다. 화가가 의도한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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