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6-1-29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정권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루트 클뤼거(84)가 27일(현지시간) 독일 연방하원 연단 앞에 섰다.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 71주년을 맞아 마련된 특별 연설 자리였다. 독일은 96년부터 나치 과거사에 대한 반성으로 20년째 하원에서 이같은 연설 행사를 열고 있다.
연단에서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맨 앞 자리에 요하임 가우크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앉아 있었다. 클뤼거는 그들을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는 “당시 나는 어려서 잘 몰랐지만 뒤늦게 회상해보면 수용소에 있던 여성들은 (간수 등과의) 강제적 성관계로 성병에 걸리거나 임신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었다”며 “(성관계는) 20분 정도 허용되는데 수용소 막사 밖에 남자들이 줄지어 기다렸다”고 증언했다.
강제 노동에 시달렸던 기억, 포로들에 대한 성 착취 등을 증언하자 장내가 숙연해졌다. 클뤼거는 이내 자신이 왜 독일의 초청을 수락했는지로 화제를 옮겼다.
그는 “지난해부터 수십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는 독일을 보며 매우 놀랐다”며 “내가 경험한 독일이 맞나 싶었다”고 했다. 다른 인종이란 이유로 유대인을 학살한 과거의 독일과 딴판이란 것이다.
이어 “온갖 반발을 무릅쓰고 난민 해결에 나선 메르켈 총리와 독일 국민의 포용력에 크게 감명받아 연설을 수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31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클뤼거는 38년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오스트리아를 강제 병합하면서 쫓겨 다니는 신세가 됐다. 42~45년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뒤 47년 미국으로 건너가 독일학 교수가 됐다. 92년 자서전 『생존의 문제(Weiter leben)』를 펴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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