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중국 상하이(上海)의 한 공원에 가면 길게 늘어선 우산을 볼 수 있다. 벽에는 각종 광고지가 걸려 있다. 벼룩시장이라 생각하겠지만, 이는 자녀의 배우자를 찾는 부모들이 걸어놓은 ‘정보지’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자녀의 짝을 찾아주려는 부모들이 주말마다 상하이 인민공원에 몰려든다. 매년 합산하면 100만명 이상이다. 이들은 자녀의 학력, 직업, 연봉, 성격 등 개인에 대한 모든 정보를 걸어놓는다. 한 마디로 ‘중매 시장’이다.
중국은 남성이 여성보다 3000만명 정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속단은 이르지만, 한 자녀 정책 영향이 없다고도 할 수 없다. 한 명만 낳을 거라면 아들이 낫다는 생각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상하이 중매 시장에 나온 ‘매물’은 딸이 더 많다.
사위 찾기에 혈안이 된 이들이 며느리 찾는 사람보다 더 많아서다. 이유는 하나다. 부모들이 자기 딸을 내어줄 남편감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도 화이트칼라 직종이 인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며느리 찾으러 나온 첸(65)씨는 푸젠(福建) 성 푸저우(福州)에 산다. 상하이서 약 800km나 떨어진 곳이다. 그런 첸씨가 중매 시장에 나오는 건 상하이에 사는 아들을 만나러 올 때뿐이다. 올해 33세인 그의 아들은 상하이의 한 은행에서 일한다.
첸씨는 “1년에 두 번 정도 온다”며 “아들에게 이어줄 여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사위 찾는 이들에게 인기 있는 키워드는 ‘부유’ ‘풍부’ ‘거침없는’ ‘책임감이 뛰어난’ 등이다. 반대로 며느릿감 찾는 이들이 관심 있는 키워드는 ‘예쁜’ ‘귀여운’ ‘참한’ ‘예쁘장한’ ‘조용한’ ‘얌전한’ 등이다.
중매 시장은 오전 9시쯤 시작해 오후 5시쯤 끝난다.
몇몇 부모는 자녀 몰래 중매 시장에 나간다. 리씨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부모가 자기 몰래 사위를 찾으러 시장에 나갔다는 사실을 리씨는 뒤늦게야 알았다. 그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한다.
리씨는 “부모님은 신랑 찾기에 성화”라며 “더 늦기 전에 내가 결혼하기를 원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는 많은 남자가 있지만, 어른들을 만족시킬 사람은 거의 없다”며 “서른 살에 나를 낳은 엄마는 늦게 결혼할수록 체력이 떨어져 손자를 봐줄 수 없다는 말씀을 하신다”고 덧붙였다.
사실 리씨는 그동안 부모가 소개해준 남자를 만난 적 있다. 그러나 첫 번째 만남 후,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직업이 좋더라도 대화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구석이 전혀 없었다는 게 이유다.
한편 첸씨는 “아들은 ‘35세에도 결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만 한다”며 “나와 달리 느긋하다”고 한숨 쉬었다. 그는 “어쩌면 전문 중매인을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돈을 더 내고서라도 아들에게 완벽한 신붓감을 찾아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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