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세상이야기

[김동환의 월드줌人] 여성 옆에 못앉겠다는 남성 탓에 자리를 옮겼습니다

바람아님 2016. 3. 1. 23:56
세계일보 2016.02.29. 14:05

이스라엘에 사는 법조계 출신 80대 할머니가 여객기에서 종교적·성(性)적 차별을 당했다며 해당 항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작년 12월, 레니 라보비츠(81)는 미국 뉴어크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향하는 엘 알 항공사 소속 여객기에 앉아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한 남성이 다가와 레니 옆에 섰다. 50대로 알려진 남성은 레니 옆에 앉지 않겠다며 승무원을 불렀다. 율법을 언급한 남성은 여자 옆에 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초정통파 유대교(ultra orthodox Jew)로 전해졌다.

초정통파 유대교 남성이 기내에서 이 같은 행동을 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에도 미국 뉴욕을 떠나 잉글랜드 런던으로 향하는 한 비행기에서 초정통파 유대교 남성 승객이 여자 옆에 앉을 수 없다고 버텨 어쩔 수 없이 프란체스카 호기라는 여성이 자리를 옮긴 적 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면, 황당했지만 레니는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버텼다가는 이륙이 늦어질 것 같아서다. 그는 승무원의 안내를 받아 같은 일등석 내의 다른 자리로 옮겨 이스라엘로 돌아갔다.



화가 난 레니는 결국 항공사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는 남성 승객에 의한 성차별까지 당했다고 생각한다.

레니는 “(내가 여자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라며 “난 여든한 살”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인 일로 치부할 게 아니다”라며 “지성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이고 나아가 법으로 따져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레니는 “그동안 여러 나라를 다녀왔다”며 “어느 누가 자신의 종교를 이유로 옆에 앉는 다른 승객의 자리를 좌우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니의 문제가 관심을 끄는 건 원래 벨기에에 살던 그의 가족이 독일 나치당을 피해 지난 1941년 집을 떠났기 때문이다. 미국 등지에서 머물던 레니는 10년 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자리를 틀었다. 레니는 과거 법조계에 몸담은 적 있다.



이스라엘 내 종교자유를 위해 움직이는 단체가 레니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그가 여객기에서 겪은 일은 조만간 텔아비브 법정이 다룰 예정이다.

엘 알 항공 관계자는 “승객 중 누구는 차별하고 누구는 그렇지 않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며 “객실 승무원들이 승객들로부터 다양한 요구를 받는 만큼 그들은 가능한 많은 이의 편의를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짜여진 여정에 맞춰 차질이 빚어지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영국항공, 이지젯 등 이스라엘을 오가는 항공사 여객기에서도 과거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며 “이는 종종 예정된 출발이나 도착을 어긋나게 한다”고 전했다.

김동환 기자kimcharr@segye.com
사진=미국 뉴욕타임스·영국 텔레그래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