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세계에서 수컷의 역할은 대체로 미미하다. 수컷은 암컷과 교미가 끝나면 아무 미련 없이 떠난다. 생존과 교미만을 위한 존재처럼 보인다. 그래서 남극 황제펭귄의 부성애는 감동적이다. 황제펭귄 암컷은 알을 낳은 뒤 바로 수컷의 발등으로 넘기고 사냥을 떠난다. 수컷은 암컷이 돌아올 때까지 40여일간 알을 품고 태어난 새끼를 보살핀다. 눈과 얼음만을 먹으면서 극한의 추위와 배고픔을 견뎌야 한다. 알을 깨고 새끼가 나오면 수컷은 음식물을 토해 내 먹인다. 이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수컷이 상당하다. 가재도 부성애가 유별난 동물이다. 암컷은 물속에 알을 까놓기만 하면 그만이다. 이를 수컷이 전부 쓸어모아 배에 매달고 다니면서 부화시켜 독립생활을 할 때까지 차고 다닌다.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지만, 알 달린 가재를 볼라치면 잡을 일이 아니다
.
그제 미국의 지역신문 피츠버그 트리뷴의 사진기자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를 관람 중이던 백인 남성이 관중석으로 날아든 야구방망이를 손으로 막아내는 장면이다. 당시 피츠버그 파이리츠 소속 선수가 타석에서 휘두른 방망이가 3루석 관중석으로 쏜살같이 날아든 상황이었다. 배트는 한 소년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주변 사람들은 일제히 몸을 웅크리면서 배트를 피했다. 큰 사고가 날 뻔한 걸 남성이 본능적으로 왼손을 뻗어 막아냈다. 소년의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너무 빠르게 일어난 일이라 생각할 시간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날아오는 물건을 피하려는 인간의 본능보다 아들을 지키려는 부성애가 강했던 것이다. 우리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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