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혁이 잊힌다"…시민들 웨이보서 '참상' 공유하며 자성촉구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특파원 = 중국이 16일로 역사적인 문화대혁명(문혁) 발발 50주년을 맞았지만, 중국정부는 결국 무거운 침묵만 유지한 채 그냥 지나쳤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오늘이 문혁 50주년인데 (중국 정부는)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질문에 "이 문제에 대해 중국정부는 일찍이 정확한 결론을 냈다"는 짤막한 입장을 표명했다.
'정확한 결론'은 중국공산당이 35년 전 채택한 '건국 이후 발생한 당의 일부 역사적 문제에 관한 결의'를 지칭한다.
중국공산당은 1981년 열린 '제11기 6중전회'에서 통과시킨 이 문건에서 문혁은 "지도자의 착오로 일어났으며, 반혁명 집단에 이용돼 당과 국가와 각 민족 인민에게 엄중한 재난을 가져온 내란"이라고 규정했다.
중국당국의 이런 반응은 문혁 발동 50주년을 맞아 일각에서 문혁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문혁에 대해 중국당국의 별도 논평이나 입장 발표는 없을 것임을 뜻한다.
주류 관영매체들도 온종일 침묵을 유지했다.
신경보, 경화시보 등 베이징 유력지를 포함해, 영자지 차이나데일리,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주요 매체들에는 문혁 기사가 한 편도 게재되지 않았다.
다만, 인민일보가 이날 "개혁개방은 우리 당이 새로운 시대 조건에서 인민을 이끌고 진행한 새로운 위대한 혁명이었고 현대 중국의 가장 선명한 특색"이라는 주장을 담은 글을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공산당 중앙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민일보가 문혁 50주년이 되는 날에 이런 글을 게재한 것은 개혁개방 정책을 부정하는 문혁 추종세력 및 극좌주의 노선에 대한 우회적 경고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의 대표적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에서는 15∼16일 출고됐을 법한 문혁 관련 기사와 평론 등이 전혀 검색되지 않았다.
이는 중국 선전당국이 문혁 기사들의 노출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국당국의 이런 침묵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체제 역시 신중국을 탄생시킨 마오쩌둥(毛澤東)에 대한 재평가로 직결될 수밖에 없는 문혁 논의를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 2013년 12월 마오 탄생 120주년을 맞아 열린 좌담회에서 마오에 대해 "실수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역사적 위업을 전적으로 부인하거나 지워버릴 수 없다", "단지 그들이 위대하다고 해서 신처럼 숭배하거나, 사람들이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지 못하도록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마오에 대한 평가는 공, 과를 모두 봐야 한다는 뜻이지만, 문혁에 대한 마오의 책임에 대해서는 결국 구체적 평가를 유보한 셈이다.
문혁 기간 모든 학교는 문을 닫았고 공장 가동은 중단됐다. 극도의 사회적 혼란과 경제 파탄이 일어났다. 기존의 사상, 문화, 풍속, 관습이 근원부터 파괴됐다.
최소 수백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정부와 주류 언론들이 온 종일 침묵을 유지한 반면,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는 문혁과 관련한 많은 글이 올라오면서 활발한 논의들이 전개됐다.
한 유력 인터넷 매체 소속 평론가는 "우리는 (이번 문혁 50주년을 맞아) 적쟎은 젊은이들을 취재하면서 문혁이 정말 아주 빨리 망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개탄했다.
문혁 기간 중 부모와 할머니가 지주(地主)로 낙인 찍혀 홍위병들에 온갖 고초를 겪었다는 내용을 적은 후(胡)모 씨의 글에는 "문혁은 독재자의 (반대파) 숙청 수단이었다", "문혁을 일으킨 그 당(공산당), 그 사람들은 여전히 국민에게 사죄하지 않았다"는 등의 댓글 900여 개가 달렸다.
후 씨는 "문혁은 감히 떠올릴 수 없는 기억"이라고 적었다.
문혁 발동의 동기가 무엇이었느냐를 놓고 작은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쑨리핑(孫立平) 칭화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웨이보에서 마오쩌둥이 문혁을 발동한 가장 중요한 동기는 사회주의 이상주의 건설에 있었다며 "인류사회의 허다한 재난은 종종 이상주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동의할 수 없다. 이상주의로 전체주의를 포장하고 연막을 쳐주는 것 밖에는 안된다"며 "언론의 자유마저 문제가 됐던 상황을 이상주의로 말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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