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마음으로 살아주세요."
43년간 소록도의 한센인을 돌본 뒤 고국에 돌아갔다가 11년 만에 소록도를 찾은 푸른 눈의 수녀는 다시 섬을 떠나면서도 한센인을 걱정했다.
오스트리아 출신 마리안느 스퇴거(82) 수녀는 7일 오전 9시30분쯤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 내 소록도성당을 떠났다.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5월 17일)을 맞아 지난 4월 방한한 뒤 두 달 가까이 소록도에 머물러온 그는 오는 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고국으로 향한다.
마리안느 수녀의 소록도에서의 마지막 모습은 소박했다. 그는 이날 오전 소록도성당에서 진행된 미사에 참석했다. 미사 후 소록도 한센인 50여 명과 악수를 나누거나 껴안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는 한센인들에게 "(아픔을 잊고) 기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또 40년 넘게 한센인들을 간호한 자신의 봉사활동이 당연히 해야 할 행동이었다며 환대에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소록도 한센인들은 어쩌면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마리안느 수녀가 소록도성당에서의 마지막 미사를 마치고 떠나려고 하자 크게 아쉬워 했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소록도성당 김연준 프란치스코 주임신부가 전했다.
법무부는 8일 오전 마리안느 수녀에게 명예국민증을 수여한다. 1962년부터 2005년까지 43년간 소록도에서 한센인들을 돌본 점에서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다. 앞서 고흥군은 지난달 16일 명예군민증을 전달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