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두서 자화상’… 종이에 담채,
- 38.5×20.5㎝, 18세기, 개인 소장.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1668~ 1715)'라고 하면 긴가민가하다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도 이 그림을 들이밀면 "아, 그 사람" 한다. 공재는 얼굴이 명함이다. 실은
얼굴값만 한 게 아니라 집안도 만만찮다. 증조부가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를 지은
윤선도이고, 외증손이 실학자 정약용이다. 호에 '재(齋)' 자가 들어가는 조선의
대표화가 세 사람, 곧 '삼재(三齋)' 중 한 명이 윤두서다. 말[馬]그림은 그가
조선에서 으뜸이다.
그가 그린 이 자화상은 국보 제240호이다. 크기는 가로 세로 한두 뼘밖에 안 되지만,
거기에 담긴 힘이 대단하다. 그의 눈은 보는 이를 쏘아보는데, 지금 이 자리에서
결판내자는 심산이다. 눈길을 피해도 잔상이 남는, 지독히 강한 눈빛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동공과 홍채가 잡티 없이 또렷하다. 눈언저리에는 마치 달무리 진
듯 둥근 자국을 그렸다. 가운데 눈망울이 더 도드라지고 올라간 눈초리가 더 날카롭게
보이는 효과를 준다. 거꾸로 쓰거나 바로 쓴 여덟 팔(八)자 모양의 눈썹과 콧수염도
은근히 대비된다.
극적인 요소가 더 있다. 머리에 쓴 탕건을 과감히 트리밍하는 바람에 한눈팔 겨를 없이
얼굴을 보게 된다. 그 얼굴이 불쑥 튀어나온 것은 구레나룻이 뒤쪽으로 말려들어갔기
때문이다. 정성 들여 그린 수염이 압권이다. 뭉친 곳이 없고 한 올 한 올 따로 논다.
공재가 실제로 자기 수염을 세어본 뒤에 그렸을 법한 믿음을 준다.
그의 꼼꼼한 묘사력은 콧속의 잔털까지 잡았다.
처음에는 옷도, 귀도 다 그려진 상태였지만 세월이 가면서 닳아버렸다. 그래서 얼굴만 허공에 붕 떠있는데, 그게
묘한 아우라를 빚는다. 공재의 됨됨이가 궁금하면 그의 자화상을 보라. 의심할 여지가 없다. 실존이 본질이다.
(출처 : 조선일보 2012.04.22 손철주 미술평론가)
(참고1-닳아 없어진 "옷, 귀 부분"을 복원/X-Ray 이미지 ??)
(참고2- 자화상 눈 부위 부분 확대 - 눈싸움을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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