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책특권 시초 英은 의회 자율 제재
<※편집자주 = 새로 출범한 20대 국회에서 의원의 직무상 발언과 표결에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특권을 제한하는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등 외국의 의원 면책특권 운용 사례를 짚어보고 기획기사를 두 꼭지로 나눠 송고합니다>
1689년 영국에서 권리장전으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 명문화한 이후 유럽의 여러 나라는 대부분 헌법에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국왕의 절대 권력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도입됐던 면책특권을 존중하면서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해석과 적용에서는 엄격하게 제한하는 장치를 마련해왔다.
미국 연방헌법은 '발언·토의 조항'으로 불리는 제1조에서 면책특권을 규정하고 있다. 그만큼 입법권과 연방의원의 자유를 존중하고 있다.
제1조 6항은 "양원 의원은 반역죄, 중죄 및 치안 방해죄를 제외하고 언제나 회의에 출석 중이거나 그 왕복 도중에 체포되지 않는 특권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원내에서 한 발언, 또는 토의에 관해서 원외에서 문책을 받지 않는다는 규정도 있다.
제1조에는 면책규정을 제한하는 별도 규정이 없어서 절대적인 권한인 것처럼 해석될 수 있지만, 실제 적용은 매우 엄격하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0년대 이후 입법적 행위에 대해서만 면책특권을 인정하면서 정치적 행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1972년 수뢰 혐의를 받은 민주당 대니얼 부르스터 의원과 관련해 연방대법원은 "정당한 입법과정의 일부로 행해지는 합법적 행위와 불법 또는 적법일지라도 본질에서 정치적 성격을 띠는 행위를 구분해 전자만이 보호받는다. 입법과정 그 자체의 일부가 아닌 행위에 대해서는 문책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의원의 정당한 입법과정이 아닌 모든 행위에는 면책특권이 적용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의회가 어떤 상황에서도 적용되는 면책특권으로서 행정, 사법부보다 우위를 점할 수 없으며 헌법 제1조6항이 특정인을 위한 규정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우리나라 국회 안에서 보도자료, 성명서 배포를 둘러싸고 자주 일어나는 상호비방, 명예훼손 논란의 경우도 미국에서는 면책특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1979년 허치슨 판결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상원의원이 보도자료, 뉴스레터 형식으로 한 발언에 면책특권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그런 자료가 입법과정의 충실성을 확보하도록 보장하는 심의기능의 일부가 아니며 연방의회의 정보전달 기능을 갖는 것도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1881년 판결에서 "국회의원의 발언·표결의 면책특권은 원내에서 직무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행한 일체의 행위에 적용된다"며 폭넓게 인정했던 미국의 면책특권은 1970년대까지 적용 범위가 점점 구체화했다.
독일은 처음부터 면책특권의 제한 규정을 헌법에 명문화했다.
독일연방공화국헌법 제46조1항은 "의원은 연방의회 또는 그 위원회에서 행한 표결 또는 발언에 관하여 어떠한 시기에도 재판상 또는 직무상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돼 있지만 "비방적 모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제한 규정을 뒀다.
국회의원보다 약자인 개인이 프라이버시와 명예를 존중받을 수 있도록 제한을 둔 것이다.
권리장전으로 면책특권을 처음 명문화한 영국은 여전히 의원들의 면책특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의회 내 자율적인 책임 추궁을 안전장치로 두고 있다. 토론을 거쳐 모든 의회 절차가 진행되는 전통 때문에 토론을 방해하는 비방, 중상은 의회에서 제재를 받는 게 특징이다.
이탈리아에서는 1992년 검찰이 마니 풀리테(Mani Pulite·깨끗한 손)로 불리는 대대적인 정치권 사정에 나서면서 비난 여론에 직면한 상원이 부패 관련 면책특권을 스스로 내려놓은 사례가 있다.
국회의원이 일종의 '명예직'인 스웨덴에서는 면책특권이라는 제도가 아예 없다. 세비 외에 수당이 없고 관용차 같은 특혜도 없다. 불체포 특권 역시 의원에게 해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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