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7.11 장일현 런던 특파원)
브렉시트(Brexit) 찬반 투표가 실시된 지난달 24일 오후 10시 영국 총리 공관.
아내 서맨사와 저녁 식사를 마친 캐머런 총리는 잔류 측 승리를 확신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잔류 지지가 52%로 탈퇴(48%)를 4%포인트
차로 앞설 것이란 전망이 BBC방송을 통해 흘러나왔다.
캐머런 총리는 유럽의 다른 정상들에게 "잔류가 7대3 정도로 이길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비슷한 시각, 탈퇴 진영 '쌍두마차'였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과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은 다음 날
오전 발표할 성명서 내용을 구상했다. 탈퇴 진영이 패배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몇 시간
뒤 개표 결과, 탈퇴 지지가 126만 표 차이로 압승할 것이라곤 잔류·탈퇴 진영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영국인들은 자신들조차 본 적 없는 '자화상'과 마주치게 됐다.
선거 이후 '리그렉시트(Regrexit)'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떠돌았다.
'후회한다(Regret)'와 '브렉시트(Brexit)'가 합쳐진 말로, EU 탈퇴 결정을 후회한다는 뜻이다.
영국인들은 수많은 전문가 예상대로 파운드화 폭락과 물가 상승, 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화되는 걸 목격했다.
재투표 실시를 요구하는 국민 청원 서명자가 400만 명을 넘었다.
탈퇴파가 자신들 일부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인정해 분노도 일었다.
탈퇴파는 "EU 분담금이 매주 3억5000만파운드(약 5300억원)에 달한다.
이 돈을 건강보험에 1억파운드를 투자하는 등 국내 교육·복지·경제 발전에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터키가 곧 EU에 가입할 것이고, 영국 인구는 6500만 명에서 80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은 선거 기간 중 이미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해명됐다. EU 분담금은 매주 1억달러를 조금 넘고,
터키의 EU 가입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어렵다.
이런 주장은 탈퇴에 표를 던지고 싶은 사람에게 핑곗거리였을 뿐이다.
브렉시트 핵심 동력은 '이민자 반대'였다.
폴란드 등 동유럽을 비롯해 다른 나라에서 몰려온 사람들과 함께 살기 싫다는 거였다.
이민자들 때문에 교육과 복지, 주거 환경이 나빠졌다는 불만이 브렉시트 선거를 통해 폭발했다.
선거 이후 인종차별·혐오범죄도 늘고 있다.
여기에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대영제국'이 벨기에 브뤼셀에 포진한 EU 관료들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는 구호가
표심을 파고들었다. EU 가입 이전, EU의 본격적인 정치·경제적 확장 이전 시절을 기억하는 40대 중반 이후 세대가
탈퇴에 지지를 보낸 이유다.
65세 이상은 60%가 탈퇴에 표를 던졌다. 젊은 층은 이를 "영광스러웠던 과거에 대한 향수"라고 했다.
존슨 전 런던시장과 극우 성향 영국독립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2016년 6월 23일은 영국의 독립기념일"이라고 했다.
그 말 뒤에 고립주의와 타인에 대한 배척이라는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240년 전 미국의 독립은 자유와 평등, 진보를 상징했다.
훗날 역사는 영국의 EU 탈퇴 의미를 무엇이라 기록할까.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와 공존을 향해 나가는 방향키를 잡았다고 쓰긴 어려울 것 같다.
블로그내 영국측 변명 보기 :
(중앙일보-2016.07.09 다니엘 튜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전 서울 특파원) |
"나는 거짓말 때문에 EU 탈퇴파가 이겼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탈퇴 쪽에 투표한 사람은 멍청하다는 생각은 틀렸다." 한국이 가상의 ‘아시아연합’에 속한다고 상상해보라 여야 모두에 실망한 민심이 낳은 결과가 브렉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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