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동서남북] 中國만 두렵고 변하는 美國은 보이지 않나

바람아님 2016. 7. 19. 00:12

조선일보 : 2016.07.18 06:04 

배성규 /TV조선 정치부장대우
하와이의 미국 태평양 사령부에 들어서면 전 세계를 6~7개 관할 구역으로 나눈 작전지도가 있다. 그런데 태평양 사령부의 명칭과 작전 구역이 언제부턴가 바뀌었다. 이름은 '인도 아시아 태평양 사령부'로, 관할 구역은 환태평양을 벗어나 인도 서부와 인도양까지 늘어났다. '할리우드에서 (인도) 발리우드(Bollywood)까지, 북극곰에서 펭귄까지'라는 구호도 있다. 이 지역에서 미군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은 사실상 중국과 북한뿐이다.

미국은 요즘 한·일·호주와 함께 아세안(ASEAN), 인도를 아시아 5대 안보 파트너로 꼽고 있다. 작년 말과 올해 초 태평양 사령부가 주관한 공군 훈련에는 한국과 일본·호주·뉴질랜드·태국·필리핀 등이 참여했다. 올봄엔 미국과 인도가 함께 공군 훈련을 했다. 사령부 고위 관계자는 "이들과 군사안보 네트워크를 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 모든 변화는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미국 측 인사들도 굳이 '중국 포위 전략'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근래 미국 힐러리 클린턴 선거 캠프 관계자를 만난 한 안보 전문가는 "북핵 대응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중국에 대해서도 호락호락 넘어갈 것 같지 않은 기류"라고 했다. 북핵에는 군사적 대응 방안을, 중국에는 공세적 봉쇄 전략을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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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DB
한국에 대해서도 미국은 아시아 신(新)안보 네트워크에 들어오라고 손짓하고 있다. 사드는 그 첫 시험대다. 미국은 아시아 최대 규모가 될 평택 미군 기지를 유지하기 위해 사드가 필수조건이라고 보고 있다. 한·미가 공동 미사일 방어망에 들어가자는 의도도 있다. 사드가 중국 미사일을 감시할 수 있느냐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그러나 중국에 사드는 주한 미군 고착화와 한·미·일 안보 체제 강화를 의미한다. 북핵 동결과 북·미 평화협정 동시 추진을 통해 장기적으로 한반도에서 미군을 내보내려 하는 중국이 사드를 쉽게 용납할 리 없다. 중 일각에선 "미사일로 사드를 겨누고 한국에 경제·사회적 압박을 가할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문제는 우리의 선택이다. 야당과 진보 진영에선 "사드가 중국의 안보 이익을 해치고, 우리 안보·경제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여기엔 '중국은 떠오르는 용이고, 미국은 노쇠한 호랑이'라는 인식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공포증 때문에 미국의 변화를 간과해선 안 된다. 미국은 지난 70년간 우리의 안보 기반이었고, 지금도 세계 초강대국이다. 유럽발 위기 속에서도 첨단 기술력으로 경제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고, 군사적 우위도 여전하다. 최근 남중국해 판결에서 중국에 완승을 거두며 규범 지배자로서 힘도 보였다. 이런 미국과 틈이 벌어질 경우 그 대가가 무엇일지는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가 잘 말해주고 있다. 중국과의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와는 견주지 못할 복합 위기 상황이 올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미국과 중국 모두와 잘 지내자는 중립주의와 '전략적 모호성'으로 갈등을 피해왔다. 하지만 이제 사드는 더 이상 피할 수도, 되돌리기도 어려운 문제가 됐다. 북한이 시시각각 핵·미사일을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군사적 대응 채비를 미룰 수도 없다.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면 과감하게 결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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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토마스 벤달 미8군 사령관과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