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産業·生産·資原

장하준 교수 "영국 브렉시트 후폭풍 외환위기 올수도 있다"

바람아님 2016. 7. 24. 23:56
파이낸셜뉴스 2016.07.24. 17:15

상의 제주포럼서 특별강연
향후 몇년간 영국 혼란이 세계경제 문제의 진앙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해 금융업 중심으로 영국에 들어오는 외국자본 흐름도 줄면서 외환위기까지 올 수도 있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사진)는 지난 23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41회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특별강연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 등 서비스업에서 영국 기업이 유럽연합(EU) 시장에 접근 못하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브렉시트의 심각성을 전하면서 한국의 철저한 대비를 주문했다. 영국의 혼란이 EU의 혼란, 더 나가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우선 영국 현지 분위기에 대해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찬성, 반대투표를 해놓고 정작 결과가 나오자 찬성하는 사람은 물론 반대하는 사람도 얼떨떨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 교수는 특히 "탈퇴파들이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는 게 드러났는데, 이렇게 아무런 계획도 없이 중요한 결정을 우리(영국 국민)보고 하라고 했다는 점에서 당황해 하고 있다"면서 "기업들 역시 불확실성이 너무 올라가 버리니까 상황을 어렵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브렉시트로 인한 영국 내 혼란도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탈퇴 협상에서 EU 측이 조건을 박하게 해주면 영국 경제에 장기적으로 큰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앞서 강연에서도 "영국이 이번 가을쯤 EU에 정식으로 탈퇴 통보를 해도 정확한 탈퇴 조건 협상에만 2년이 더 걸리니, 최소한 2018년 말까지는 모든 것이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게 된다"면서 "불확실성 때문에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게 되면, 수입품 가격이 올라 인플레가 예상되고 그렇게 되면 반이민 정서, 인종차별 정서가 고조되어 증폭되고 있는 정치적 갈등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경제 분야에서 전대미문의 불확실성에 정치적 갈등까지 고조되면,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어 안 그래도 취약한 경제가 더 흔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영국의 혼란이 EU를 넘어 세계 경제까지 뒤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 교수는 "영국 자체 경제 규모는 세계 경제의 3~4% 밖에 안되니 영국 경제가 잘 안된다고 그 자체로서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라면서도 "영국이 세계 금융에서 하는 역할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영국 경제는 앞으로 몇 년간 세계 경제 문제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브렉시트가 발생하면서 EU 다른 회원국들 간의 결속력이 강화되고 있다"면서 "남유럽 경제들의 회생에 필요한 부채탕감이 이뤄지는 등 의외의 반전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장 교수는 한국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복지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우선적으로 주문했다.

그는 "많은 문제가 복지제도를 잘 만들면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며 "최저 출산율 문제는 결국 양육문제 아니냐. 높은 자살률, 연금, 고용 등도 따로 떼놓고 얘기하면 복잡하다. 전 국민이 같이 사회보험에 드는 걸로 생각하는 틀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 교수는 복지문제에 대한 보수 세력의 우려에 대해 "복지는 독일의 비스마르크가 좌파의 사회주의 도전을 막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전형적인 우파정책"이라며 "2012년 선거 때 새누리당이 복지를 가장 먼저 들고 나와서 기대를 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의 비스마르크 역할을 할 수 있을까도 기대했는데 흐지부지된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 나갈 방향에 대해선 "이제 기업들이 어느 정도 도박을 해야 한다"고 공격 경영을 주문했다.

장 교수는 "기초산업을 일으키려면 연구개발 지원에 대한 접근방법 자체를 바꿔야 한다"면서 "미국 정부가 반도체에 투자할 땐 몇 십 년을 내다보고 아무런 조건 없이 지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해서라도 미래에 나아갈 정책을 만들어내는 기업은 살아남고, 여기에서 소극적으로 경영하는 기업은 당장 수년 살아남는 데 도움 되겠지만 미래에는 생존하지 못한다"면서 "도박이라고 표현할지라도 기업가 정신인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이 결국 그것 아니겠느냐"라고 밝혔다.

courag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