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친중 vs 반중' 갈린 아세안, 남중국해 판결후 첫 회동(종합)

바람아님 2016. 7. 25. 00:07
연합뉴스 2016.07.24. 17:21

캄보디아 '반대'·라오스 '방조'로 공동선언문 채택 '진통'

26일 발표 예정 공동선언문 초안 남중국해 항목만 공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의 해법을 놓고 분열상을 보여 온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10개 회원국 외교장관이 24일(현지시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 집결했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이날 개막한 아세안 관련 연례외교장관 회의에서 역내 주요 사안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2016.7.23 아세안 연례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는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 회원국들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AFP=연합뉴스자료사진)
2016.7.23 아세안 연례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는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 회원국들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AFP=연합뉴스자료사진)

이들은 테러와 경제, 기후변화, 안보,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다양한 의제를 다룰 예정이지만, 최대 쟁점은 역시 PCA 판결과 관련해 아세안 회원국이 한목소리를 낼 것인지 여부다.

하지만 아세안 국가 외교관들은 전날 밤늦게까지 공동선언문 초안 작성을 위한 사전 접촉을 벌이고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진척을 보지 못했고, 이날 회의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세안 회원국 중 대표적 친중국가로 꼽히는 캄보디아가 공동선언문에 남중국해 관련 입장을 담는데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아세안 외교관들은 26일 발표될 예정인 공동선언문 초안의 남중국해 관련 부분이 다른 항목과 달리 여태 공란으로 남겨져 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는 2012년 자국에서 열린 연례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대한 우려를 담은 공동선언문 발표를 끝까지 반대해 무산시킨 바 있다. 한 외교관은 "캄보디아가 2012년의 행태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세안의 의사결정 원칙은 '만장일치'이기 때문에 10개 회원국 중 단 한 국가만 반대해도 거부권 행사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아세안은 지난 19일 PCA 판결 직후에도 공동성명을 내는 방안을 논의하다 포기했고, 지난달 중국과의 외교장관 특별회의에선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공세에 우려를 표명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가 돌연 철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만, 역시 친중 국가로 분류되는 라오스는 캄보디아와 달리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수준의 원론적 내용으로 공동선언문을 채택하자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2016.7.23 23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개막한 아세안 연례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외교장관들. (EPA=연합뉴스자료사진)
2016.7.23 23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개막한 아세안 연례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외교장관들. 
(EPA=연합뉴스자료사진)

이는 올해 의장국인 라오스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서 중국 편을 들어 공동선언문 채택이 무산될 경우 외교적 비난을 면키 어려운 데다, 캄보디아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굳이 앞장서 반대할 실익이 없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사름싸이 콤마싯 라오스 외교부 장관이 이날 환영사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 역시 의장국으로서 이견 조율에 앞장서기보다 상황을 관망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선 아세안이 어떠한 형태로든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하고 넘어갈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천 비엣 타이 베트남 전략연구소 부소장은 "(PCA의 남중국해 판결 같이) 중대한 국제적 사건은 피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세안이 친중과 반중으로 나뉘어 주요 사안에 대해 입장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지역공동체로서의 가치와 입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아세안 회원국들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회의는 미얀마의 '민주화 영웅'인 아웅산 수치의 문민정부 출범과 외교장관 취임 이후 첫 아세안 회의 참석으로도 관심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