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7.27 김기훈 이코노미조선 에디터)
영국이 EU(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지 한 달여 지난 지금, 예상은 서서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탈퇴 투표 직후 급락한 영국 파운드화(貨) 가치는 반등하는 듯하더니 시들해졌다.
영국 재무부 관료들이 대영제국 시대부터 쌓인 국제금융 노하우를 강조하며 런던 홍보에 나서지만
귀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반면 도버 해협 건너 유럽 도시들은 런던의 기득권을 넘겨받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다.
암스테르담은 대영제국에 앞서 세계무역 시장을 개척했던 선조의 경험을 선전한다.
독일 자민당(FDP)이 비용을 댄 광고 트럭은 "스타트업은 조용히 베를린으로 오세요"라는
광고판을 달고 런던 시내 곳곳을 누빈다.
EU 외환거래의 약 80%를 맡아온 영국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EU 외환거래의 약 80%를 맡아온 영국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영국인 전문가들은 "메이저리그에서 탈퇴하고, 엇비슷한 세력의 북유럽 국가들에 금융 중심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색슨·바이킹 동맹'이다.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나라는 독일이다.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나라는 독일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난민 문제에도 불구하고 유럽 통합과 유로화 유지를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다.
유럽 통합, 특히 단일통화를 유지해야 독일이 강성해지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한 유럽 전문가들은
"단일통화 아래에서는 가격 대비 성능이 가장 좋은 물건을 생산해내는 독일이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독일은 난민을 더 받아들이고 EU 분담금을 더 내더라도 유로화를 필사적으로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미국 외교 전문가들은 벌써 미국이 영국 대신 독일과 파트너십을 잘 구축해야 유럽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발언한다. 독일인들은 "영국 이탈로 울면서 동시에 웃고 있다"고 말한다.
파란 눈과 금발, 큰 체격에 도끼를 잘 다루던 게르만족의 역할과 비중이 더 커졌다.
유럽 내에서 독일이 약진하는 반면, 대서양 건너 미국은 유럽 내 지렛대가 약해졌다.
러시아 천연가스를 많이 쓰는 독일이 영국만큼 미국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 공화당은 "미국을 우선시하는 무역협정이 필요하다"는 보호주의 정강을 채택했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대선 후보도 미국 이익을 강조한다. 미국은 비용 절감과 조직 감축에 나선 불황 기업 모습이다.
이에 반해 태평양 건너 시진핑 중국 주석은 일대일로(一帶一路·신 실크로드) 정책을 펴며 경기 부양과 세력 팽창에 나선다.
전 세계적으로 호황기 산물인 세계화와 통합은 가고, 불황기 특징인 갈등과 분열,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가 득세한다.
전 세계적으로 호황기 산물인 세계화와 통합은 가고, 불황기 특징인 갈등과 분열,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가 득세한다.
흐름을 종합해 보면 향후 세계는 구조조정에 나선 미국 중심의 미주 대륙, 역내 점유율이 높아진 독일이 주도하는 유럽,
끊임없는 확장 정책을 쓰는 중국이 대표하는 아시아, 이 3대 세력권이 각축을 벌인다는 전망이 나온다.
저성장 시대에 지역주의가 대세라고 하더라도 물밑 흐름을 수면 위로 급상승시킨 원인은 영국과 미국의 국내 정치다.
특히 영국은 정치 갈등이 폭발하면서 국익을 잃었고 경쟁국 세력을 강화시켰으며 동맹국인 미국의 영향력을 감퇴시켰다.
한국도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이며,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의 대표적 수혜국이다.
미국 정치가 격변하더라도, 영국처럼 내부 단속을 못 해 패착을 두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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