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기업에 타격…긍정적 영향 거의 없어"
원/달러 환율이 1년 1개월 만에 달러당 1,100원대로 곤두박질치면서 수출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율 하락이 물가 안정에 이바지하는 긍정적인 면도 분명히 있지만 요즘과 같이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수출이 감소하는데다 저물가가 겹친 상황에선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 많다.
전문가들은 미국 성장률 부진과 금리 인상 기대 지연으로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달러당 1,100원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위험투자 선호로 달러 약세장…1,100원선은 지지할 듯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강화되면서 국내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미국의 경제성장률 부진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8.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12.2원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를 찍은 건 13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1,130원대를 마지노선으로 지지했으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허물어지면서 위험투자 선호로 시장의 방향이 확 바뀌었다.
FOMC는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열어뒀으나 언제 기준금리를 올릴지를 시사하는 코멘트는 남기지 않았다.
더구나 9월에 인상하지 않는다면 11월이 대선이라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작아 일러야 12월에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자금 유동성이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일본은행(BOJ)이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끝내며 발표한 추가완화책도 시장의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면서 위험투자 선호 분위기는 아시아시장 전반에 미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은 18거래일 연속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외환거래 시장이 30분 연장된 첫날인 12일에도 3천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지난달 7일부터 4조3천억원가량을 순매수한 것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오늘은 미국 경제지표 부진의 영향으로 다른 통화 대비해 달러가 약세장이었다"며 "전반적으로 위험투자 선호 분위기지만 당분간 1,100원대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국내 수급상황은 바뀐 게 없고, 달러화 약세 추세는 브렉시트 여파, 미국 대선, 이탈리아 상황 등에 따라 불안심리를 자극할 수 있어 다시 달러가 상승할 가능성도 상당하다"며 "당분간 달러 하락세가 계속되겠지만 미국 금리인상이 12월에 이뤄진다면 연말에는 1,200원선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우 NH선물 연구원도 "미국 GDP 지표가 부진했지만 제조업 지표는 양호한 편이다. 3분기 반등할 가능성이 있어 달러 약세가 전환될 수 있다"며 "다만 8월에는 1,100원대 정도에서 랠리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수출 부진·저물가 상황에선 부정적 영향만 집중
원칙적으로 환율 하락은 한국 경제에 양날의 검이다.
수출에는 악재지만 수입물가가 낮아져 수입 기업의 이익이 개선되고 국내 물가 안정에 도움된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예컨대 환율이 달러당 1천200원일 때 수출하던 국내 기업은 1달러어치의 물건을 팔면 1천200원을 받지만 환율이 달러당 1천원으로 내려가면 1달러를 팔아도 1천 원밖에 받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된다.
반면 수입하는 국내 기업은 1달러어치를 수입하기 위해서 1천200원을 지급하다가 1천원만 내면 돼 이득을 본다.
그러나 요즘과 같이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고 저물가가 지속하는 시기에 환율 하락은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현재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9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지속하며 역대 최장기간 수출 감소라는 불명예 기록을 매달 다시 쓰고 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달 수출액 역시 1년 전보다 10.2% 감소하며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최근 환율 하락은 미국 경제성장률 부진 여파가 원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가뜩이나 세계 경기 부진 때문에 글로벌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미국 경기 회복세까지 요원하면 수출이 반등의 발판을 찾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달 들면서 조업일수가 늘어나 수출이 반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환율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수출 회복세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저유가 여파로 바닥을 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6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0.9%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지속적으로 밑돌아 지난달 14일에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물가 상승률이 왜 낮은지 설명하는 간담회를 처음으로 열기도 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기업들의 해외 생산이 늘어나면서 과거처럼 수출과 환율의 관계가 밀접하진 않다"면서도 "글로벌 기업들의 수익은 달러를 원화로 환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율이 하락하면 이들 기업의 매출과 수익에 부정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율 하락으로 수입 물품의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를 많이 해 국내 경제에 도움이 되리라는 명제도 있지만 최근 소비가 감소하는 것은 소득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기 때문에 환율이 하락한다고 해서 소비를 늘리진 않을 것"이라며 "요즘과 같은 상황에선 환율 하락의 긍정적인 면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외환당국은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체제를 유지하면서 시장 변화 상황을 주시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필요하면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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