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북 여성 성매매 방치하면 한반도 미래가 없다
중앙일보 2016.07.28. 00:29지난달 현재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 수는 2만9543명으로 그중 70%가 넘는 2만896명이 여성이다. 이들 중 거의 90%에 가까운 여성이 중졸 이하의 학력에다 북한에서 무직 또는 일용직 근로자 같이 특별한 기술이 없는 비숙련 인력이다. 그러다 보니 식당이나 공장에서 일하며 월 150만원 이하의 낮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사람이 절반에 달한다. 게다가 이들 중 많은 수는 탈북 때 생긴 빚을 갚거나 북한의 가족에게 송금을 해야 하는 처지여서 돈을 좀 더 벌 수 있는 성매매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탈북민에게 만족스러운 일자리를 찾아주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각종 탈북민 정착과 취업·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존재한다. 하지만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리 온 통일’이라 일컬어지는 탈북민 지원은 통일 한반도의 안정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이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통일은 한순간에 일어날 수 있지만 남북한 주민의 완전한 통합은 오랜 세월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통일된 지 30년이 다 돼가는 독일도 동·서독 주민 간의 화학적 통합이 완성됐다고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탈북민들은 남북이 하나가 되는 데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는 ‘테스트 베드(시험공간)’다. 어떻게 해야 이들을 민주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시킬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한민족의 통합을 위한 저력이 된다. 예산에 한계가 있는 정부 차원을 넘어 관심을 갖는 민간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그들과 탈북민을 잘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을 더욱 고민해야 한다. 탈북자 5명 중 1명이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갖는 현실로는 한반도 미래가 암울하다.
[지평선] 유럽 난민과 탈북여성
한국일보 2016.07.28. 20:122015년 4월 20일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던 난민선이 지중해에서 뒤집혀 타고 있던 난민 800명이 숨졌다. 그로부터 1년 뒤인 올해 4월에도 지중해에서 난민선이 침몰해 5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제 지중해는 죽음의 바다가 되었다. 유엔난민기구(UNHCR), 국제이주기구(IOM) 등의 추정에 따르면 지중해 루트에서 목숨을 잃은 난민은 2014년 이후 6,000명이 넘는다. 최근 제한됐지만 발칸(터키-그리스)루트, 헝가리(헝가리-오스트리아)루트 등 지중해 외의 난민 루트에서 목숨을 잃는 난민들도 부지기수다.
▦ 난민 주요 발생지는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등이다. 중동과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내전 중이거나 전쟁을 겪은 국가들이다. 현지의 정정 불안과 열악한 생존환경이 난민들로 하여금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향하게 한다. 이런 상황을 만든 데는 미ㆍ영이 주도한 테러와의 전쟁, 유럽세계가 자유와 인권의 이름으로 열렬히 지원한 아랍의 봄이 일정한 역할을 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동기가 좋다고 해서 결과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 유럽이 난민 문제로 중대한 시험대에 섰다. 유럽 도처에서 빈발하는 테러 대부분이 이민자 가정 출신들이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난민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하다 못해 증오로 타오르고 있다. 엊그제 헝가리 총리는 “난민은 독이다”라며 난민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서슴없이 표출했다. 유럽연합(EU)을 뒤흔든 브렉시트의 배경에도 이민자와 난민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에만 100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인 독일의 경우 메르켈 총리가 잇단 테러 발생으로 곤경에 처했다. 유럽이 이 같은 난민사태를 감당해 낼 수 있을까.
▦ 시선을 국내로 돌리면 탈북자 문제가 있다. 27일자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내 정착탈북 여성 가운데 상당수가 티켓 다방 등에서 성매매를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 천신만고 끝에 한국에 왔지만 그들에게 버젓한 일자리는 돌아가지 않는다. 정부가 나름대로 북한 이탈주민 자립 지원책을 마련했다지만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탈북을 지원하고, 북한주민의 인권 실태를 소리 높이 규탄하다가도 막상 그들이 우리 곁에 오고 난 뒤로는 이내 무관심해지거나 차별이다. 유럽 난민사태도 마찬가지지만, 위선을 벗고 실질적 문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계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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