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7.29 양정웅 서울예대 교수·극단 여행자 대표)
근대극을 확립하고 여성운동에 영향을 끼친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페르귄트'라는 희곡이 있다.
한 남자의 일생과 여정, 욕망과 구원을 다룬 이야기다. 그의 작품 중에서도 방대하고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구사한 희곡으로 알려져 있다.
에드바르 그리그의 음악 '솔베이지의 노래'로도 유명하다.
영국 배우 사이먼 맥버니 등이 공연했던 도쿄 세다가야 퍼블릭시어터의 개관 20주년 공연을 의뢰받아
영국 배우 사이먼 맥버니 등이 공연했던 도쿄 세다가야 퍼블릭시어터의 개관 20주년 공연을 의뢰받아
그 준비 작업으로 일본 배우들과 4일간 워크숍을 하게 됐다.
'페르귄트'의 내용과 주제를 놓고 교감하며 자유롭게 뒹굴고, 온몸을 부딪치며 자신을 표현하는
즉흥연기 프로그램이었다.
150여 명의 젊고 유망한 배우들이 참가했는데, 이들과 함께 페르귄트의 여정을 겪어보는 것이었다.
거울을 보며 자신에게 거짓말을 늘어놓게 하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들, 저항할 수밖에 없었던 고통들을 털어놓기도
하고, 또 그 저항의 파도에 몸을 편안히 내맡기도록 했다.
어릴 적 관계 맺었던 사물들, 인형, 신발, 엄마가 싸준 도시락, 강아지 목줄 등이 되어 그 시각에서 자기를 바라보게도 하고,
어릴 적 관계 맺었던 사물들, 인형, 신발, 엄마가 싸준 도시락, 강아지 목줄 등이 되어 그 시각에서 자기를 바라보게도 하고,
각자 짊어진 인생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들을 꺼내놓게 했다. 그들의 눈엔 하나같이 눈물이 맺혔고, 울부짖는 이도 있었다.
그야말로 연극적인 치유가 일어나는 순간! 언어도 문화도 다른 배우들의 얼굴과 몸에서 소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며
감동의 순간들이 뒤엉키기 시작했다.
아, 이것이 연극의 힘인가. 순간 내게도 깊은 치유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언어 소통의 어려움과 젊음의 치기들이 초래했던 과거의 모든 실패와 상처들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뒤이어 감사의 마음이 일어났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가 두려움이 만들어 낸 적 스미스들을 반복적으로 만나는 것처럼 수없이 밀려오는
상처의 편린들을 벗어던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연극을 하게 된 것에, 연극을 하고 있는 것에, 연극을 하며 만난 모든 이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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