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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유교 붐… 국민 인권·자유부터 챙겨야"

바람아님 2016. 8. 10. 19:50

(출처-조선일보 2016.08.10 이선민 선임기자)

조경란 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
中 문화보수주의·중화민족주의 분석한 '국가, 유학, 지식인' 출간

“중국이 세계와 동아시아에 통용될 진정한 왕도(王道)를 제시할 수 있느냐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다”라고 말하는 조경란 교수.

“중국이 세계와 동아시아에 통용될 

진정한 왕도(王道)를 제시할 수 있느냐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다”라고 말하는 조경란 교수. 

/이명원 기자

"중국은 1970년대 말 개혁개방 이후 자유주의가 급속히 보급됐지만 1989년 천안문 사태로 정부의 탄압을 받으면서 

대신 민족주의가 부상했다. 

그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에는 유교를 핵(核)으로 하는 보수주의가 개인·국가뿐 아니라 

세계의 운영 원리로 재조명되고 있다."

중국의 근현대 사상과 지식인 동향을 중심으로 오늘의 중국과 동아시아를 이해하는 데 힘써온 조경란(55) 연세대 

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가 현재 중국을 이끌어가는 양대 이념인 문화보수주의와 중화민족주의를 집중 분석한 

'국가, 유학, 지식인'(책세상)을 펴냈다. 

성균관대에서 '진화론의 중국적 수용과 역사의식의 전환'이란 논문으로 철학박사를 받은 조 교수는 

'중국 근현대사상의 탐색' '현대 중국 지식인 지도' '20세기 중국 지식의 탄생' 등의 저서를 냈고 

홍콩 중문대와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연구했으며 중국 학자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신해혁명 이후 손문 등 중국 지도자들은 근대국가 건설의 주체로 한족(漢族)뿐 아니라 많은 소수민족을 포함하는 

'중화민족' 개념을 만들어냈다. 제국주의와의 투쟁, 뒤이은 사회주의 혁명에서 국민을 묶는 역할을 했던 중화민족주의는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국력이 뻗어나가면서 

중국이 천하를 끌어간다는 천하주의(天下主義)와 신(新)조공·책봉 체제 수립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사고는 오랫동안 중화 질서에 속했던 한국과 베트남 등을 중국의 내부나 주변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 국가 평등이 상식이 되고 전통시대와 달리 미국과 유럽 등 다른 강대국이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이런 구상이 인접 국가들에 설득력을 지닐지 조 교수는 의문을 제기한다. 

천하주의를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자기 중심주의라는 비판에 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조 교수는 중화민족주의의 본질은 내부 소수민족과의 관계에서 드러난다고 본다. 

티베트 등과의 공생(共生) 없이는 중화민족주의가 또 다른 제국주의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중국은 대대적인 유교 붐이 일고 있다. 

대륙신유가(大陸新儒家)로 불리는 유학 연구자들뿐 아니라 사회주의 이념을 신봉하는 신좌파 지식인들, 

심지어 일부 자유주의자들까지 앞다투어 유교의 긍정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전통과 유교의 기본 가치들이 '문명 중국'의 토대는 물론 서양 근대 문명을 대신할 '중국 모델'의 중심 요소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를 '유교의 소환'이라고 표현했다. 

중국의 국민 통합을 위해서 사회주의를 대신할 새로운 이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국가와 지식인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형성되면서 오랫동안 격렬한 비판 대상이었던 유교를 다시 불러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유교가 근대를 넘어서는 이념적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자본과 국가를 견인하는 '비판 유학'  '시민 유학'이 돼야 한다고 본다. 

이론적으로는 이것이 가능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춘추전국시대의 소공동체를 바탕으로 형성된 유교를  

현대에 맞춰 철저하게 해체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중국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다른 나라들에 체제 대안을 제시한다는 발상은 우습다.


조경란 교수는 "공자·마오쩌둥·덩샤오핑의 유산을 한데 묶어 새로운 이념을 제시하려는 중국의 시도는 

서구적 근대를 정말 넘어설 수 있는지, 제국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