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앉아서 - 최남선
가만히 오는 비가 낙수져서 소리하니,
오마지 않은 이가 일도 없이 기다려져
열릴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가더라
(720P 큰화면 가능)
<감상>
시인은 기와집 사랑방 툇마루에 혼자 앉아 있다
비가 오기에 할 일도 없을뿐더러
하인들도 논일을 미루어 두고 다들 집안의 어딘가에서 비를 피하고 있다
책을 읽기엔 눈이 침침하고 외출하기도 힘든 상황
'가만히 오는 비’는 표현상 많이 오는 비는 아니다
하지만 처마에 고여 바닥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낙수落水)를 듣고 있으니
왠지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사람이 그리운 심정
올 사람도 없는데 누군가 괜스레 기다려진다
비가 와서 적적한 오늘
친구라도 찾아와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어서 인지
자꾸 눈이 대문으로 향한다
닫혀있지만, 그 닫힌 문을 계속 보고 있자니
곧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은(열릴 듯 닫힌 문)
기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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