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달궜던 몇몇 사건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한 생과일주스전문점의 본사도 아닌 일개 점포 점장이 ‘외모에 자신 있는 사람만 지원하라’는 아르바이트생 모집 공고를 올린 게 SNS에 퍼지며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다.
별로 크지도 않은 어떤 광고기획사는 공개채용 공고의 우대사항란에 ‘맨날 야근인데 화도 안 내내? 월급을 자진 삭감하다니 참 대단하다! 어제도 회사에서 잔 거야?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 사람’을 언급했다가 ‘노예 채용’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공개사과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그간의 잦은 여성혐오 발언과 성폭행 혐의까지 얹어져 여론이 안 좋은 개그맨 유상무와 관련 있는 회사라는 점 때문에 더 싸늘한 시선을 받긴 했다. 그래도 예전 같으면 기껏해야 주변의 몇몇 사람에게 욕 먹고 말 일을 지금은 전국구로 욕을 먹는다.
여기엔 SNS 특유의 무한 퍼나르기 기능이 분명 한몫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일차적으로는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하고 굳이 안 써도 될 글을 쓴 것에 원죄가 있다. (재미를 내세운) 소통에 대한 강박, 자기 과시의 욕구가 빚은 참사다.
문제는 할 필요 없는 말을 해서 욕 먹는 사람뿐 아니라 매일매일 안 들어도 되는 불쾌한 말을 들어야 하는 사람도 피곤하고 지친다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침묵’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한때는 대화 사이의 짧은 정적조차 견디기 힘들어하고, 그래서 상대방의 침묵을 무례로 간주한 적도 있었지만 최근엔 침묵의 순기능에 대해 얘기하는 책이 여럿 나올 정도다.
그중엔 2세기도 더 전에 쓰인 『침묵의 기술』이란 책도 있다. 18세기 프랑스 사제가 쓴 책인데도 마치 최근 우리의 얘기인 듯 구구절절 와닿는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침묵보다 나은 할 말이 있을 때에만 입을 연다. 입을 닫는 법을 먼저 배우지 않고서는 결코 말을 잘할 수 없다. 말을 해야 할 때 입을 닫는 것은 나약하거나 생각이 모자라기 때문이고, 입을 닫아야 할 때 말을 하는 것은 경솔하고도 무례하기 때문이다. 아는 것을 말하기보다는 모르는 것에 대해 입을 닫을 줄 아는 것이 더 큰 장점이다.” 뻔하지만 결코 지키기 쉽지 않은 이 침묵의 기술만 익혀도 훨씬 덜 피곤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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