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軍事·武器

[전문기자 칼럼] 한국에도 원자력잠수함 개척자 나와야

바람아님 2016. 9. 6. 06:31

(출처-조선일보 2016.09.06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끊임없는 독설로 부하들의 진을 빼놓는다. 관료주의를 산산조각 낸다. 
거래하는 군납업체들을 돌아버리게 한다. 하지만 일 하나는 똑소리 나게 잘한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커버스토리를 통해 하이먼 리코버(1900~1986) 제독을 소개하면서 언급한 
그의 특징이다. 리코버 제독은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 해군의 전설적 인물이다. 
'미 원자력잠수함(원잠)의 아버지' '원자력 발전의 아버지' '80세가 넘도록 현역에 있으면서 
미 해군 사상 최장 기간인 63년을 복무한 대장'…. 모두 그에 대한 찬사다.

미 해군사관학교 출신인 리코버는 야전 군인이 아니라 원자력 전문 엔지니어였다. 
독선적이고 신랄하고 괴팍해 적을 많이 만들었다. 
하지만 특유의 집념과 능력으로 미 해군이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잠수함 등을 통해 세계 최강으로 군림할 수 있게 한 
1등 공신이었다. 세계 최초의 원잠 노틸러스호, 세계 최초의 원자력 항모 엔터프라이즈호, 원자력 추진 순양함 등이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미국 최초의 상업용 원전인 시핑포트 원전 설계 및 운영을 감독하는 등 원전 발전에도 기여했다. 
같은 해사를 820명 생도 중 59등으로 졸업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의 일화는 유명하다. 
원잠 개발팀에서 리코버 밑에 있었던 카터가 은근히 자기 성적을 자랑하자 리코버는 코웃음 치며 반문했다. 
"그게 최선을 다한 결과냐?" 당황한 카터가 "최선을 다한 것 같지 않다"고 얼버무리자 리코버는 
"왜 최선을 다하지 않았나(Why not the best)?'라며 다그쳤다고 한다. 
그 뒤 리코버는 카터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 됐다. 
1976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든 카터 자서전의 제목도 'Why not the best?'였다. 
미군의 주력 원잠 로스앤젤레스급과 최신형 원잠 버지니아급 등 공격용 원잠 2척에 그의 이름이 붙었다.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최근 북한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사실상 성공함에 따라 우리도 원잠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잠수함은 일단 바다에 나오면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에 비유될 만큼 발견하기 힘들어 
기지 출항 직전이나 직후 파괴하는 게 최선이다. 
재래식 잠수함의 작전 기간은 2~3주에 불과한 반면, 원잠은 3~6개월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북 SLBM 잠수함 킬러로 매력적이다. 
통일 이후 중국·일본 등 주변 강국의 군사적 위협을 견제할 수 있는, 고슴도치의 가시와 같은 전략 무기이기도 하다.

우리가 원자력잠수함을 가지려면 건조 능력 확보는 물론 한·미 관계를 비롯한 외교 문제 등 복잡한 난제들을 풀어야 한다. 
군내 추진 역량을 모으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데 정작 해군에선 방어 무기인 SM-3 요격미사일 의 필요성을 강조할 뿐, 원잠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는 듯한 인상이다. 
해군 수뇌부 대부분이 잠수함이 아닌 수상함(水上艦) 출신들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판 리코버 제독'이 필요해지는 이유이다. 
한국판 리코버 제독은 단지 원자력잠수함 건조뿐 아니라 핵무장 잠재력 건설 등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할 
우리의 전략적 과제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