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핫 이슈

[사설] 실업난 최악인데 정부와 정치는 뭐하나/[다산칼럼] 금융의 신뢰회복, 경기회복의 필요조건

바람아님 2016. 9. 23. 00:08
[사설] 실업난 최악인데 정부와 정치는 뭐하나 

한국일보 2016.09.21. 20:03

지난 8월 현재 6개월 이상 실업 상태인 장기실업자 증가폭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장기실업자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만2,000명 증가해 18만2,000명에 달했다. 장기실업자수는 2014년 이래 전년 비 매월 1만~2만 명 정도 늘어왔다. 더욱이 지난해 5월부터 3만~4만 명 선으로 증가폭이 커지더니 지난 7월에는 5만 명, 이번에는 6만 명 선을 잇따라 돌파했다. 8월 장기실업자 절대수치나 실업자 중 장기실업자 비중(18.27%) 역시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1999년 이후 최대치다.

단기실업은 구직과정이나 경기침체기에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경제현상으로 여겨진다. 반면, 6개월 이상 장기실업은 일자리의 절대 부족으로 구직, 또는 전직 시도가 잇달아 실패함으로써 빚어진다. 그래서 장기실업자 급증은 일반적으로 매우 우려할 만한 경기 이상 징후로 읽힌다. 장기실업자 급증은 청년실업과 동전의 양면 같은 문제이기도 하다. 경기부진 장기화나 기업의 신규고용 축소 같은 경기순환에 따른 일시적 요인과 제조업 퇴조 같은 산업구조적 요인이 삼각파도처럼 맞물려 충격을 증폭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실업의 구조화’를 단숨에 해소할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의 경기부진은 우리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가 함께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글로벌 교역의 위축, 일본 유럽 등 주요국 경제의 부진, 중국 경제 경착륙 위험 등 거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국내 경기나 일자리 사정도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건 조선ㆍ해운 등 올 하반기에도 중추 제조업 부분의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순차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 경우 구조조정과정의 대량실업 노동력을 흡수할 대체 일자리 부족으로 장기실업자 급증세는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위기에도 정부와 정치권의 행보가 여전히 안이하다는 것이 더욱 답답하다. 정부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파동 이후 경제, 외교ㆍ안보, 인사, 재난행정 등 국정 전반에서 허둥거리고, 국회는 ‘경제살리기’보다는 내년 대선 셈법에 사로잡혀 어수선하다. 이래서는 경제회복이나 일자리 대책은커녕 자칫 대선 놀음에 빠져 외환위기의 해일이 밀려오는지도 몰랐던 1997년의 악몽이 되풀이되기 십상이다. 당장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정정책과 경제ㆍ민생ㆍ규제완화 법안이라도 원활히 처리되고 시행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다산칼럼] 금융의 신뢰회복, 경기회복의 필요조건

한국경제 2016.09.22. 18:00

통화완화 효과는 돈이 돌수록 커져 은행 대출기능 회복이 필요한 이유 금융권 신뢰회복해 규제 완화해야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 ahnd@snu.ac.kr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천문학적 ‘돈 풀기’는 주지하다시피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다. 왜 이렇게 통화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걸까. 일반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은 통화량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해 중앙은행이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본원통화이지 통화량 전체가 아니다. 본원통화는 민간 보유 현금과 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지급준비금에 은행의 시재금(時在金)을 합한 수치다.

여기서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통해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항목이 지급준비금이다. 중앙은행이 양적완화 및 신용완화를 통해 민간 보유 채권을 매입할 경우 지급준비금이 늘어난다. 일단 이렇게 늘어난 본원통화는 은행의 대출 활동을 통한 통화 창출 기능을 통해 비로소 통화량으로 연결된다.

본원통화 1원이 얼마만큼의 통화를 창출하는지를 통화승수라고 한다. 미국의 경우 통화량을 M1(민간 보유 현금+요구불 예금)으로 기준을 삼을 경우 통화승수는 위기 전 1.6 중반대에서 현재 0.87로 대략 반토막이 났다. 이는 다시 말하면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두 배의 본원통화를 늘려야 같은 통화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힘들게 증가시킨 통화량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돈이 ‘돌아야’ 한다. 돈이 도는 속도를 화폐유통속도라고 하며 이 수치를 통화량에 곱한 값이 GDP다. 그런데 유통속도 역시 위기 전 10.7에서 현재 5.74로 역시 대략 반토막이 났다. 결론적으로 중앙은행이 본원통화를 1달러 증가시킬 경우 과거에는 17달러의 소득 증가를 가져왔지만 현재는 5달러에 불과한 것이다.


금융은 통화승수 및 화폐유통속도 양쪽에 모두 관계되지만 특히 상업은행은 대출을 통해 통화량을 창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통화승수를 결정하는 금융회사로 여타 기관과 차별화된다.


그런데 금융위기가 이들 상업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의 과도한 위험 추구 및 도덕적 해이로 인해 발생하다 보니 일명 볼커룰로 불리는 도드-프랭크법과 바젤Ⅲ 등 규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이들의 통화 창출 기능도 동반해서 약화된 것이다. 이로 인해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금융회사, 특히 상업은행의 대출 기능 회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므로 규제를 완화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유진 파마를 비롯한 시카고학파의 일부 경제학자와 공화당이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데 도드-프랭크법의 대체 입법으로 ‘금융선택법(Financial Choice Act)’을 제안했다. 이 법안이 이달 초 하원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됐는데 하원 본회의 투표에서도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상원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고 통과되더라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정(금융위기)-반(규제)에서 이제 ‘합(合)’으로 가는 과정에 있다고 해석되고 있다.


규제의 정도는 경제학 학파에 따라 의견이 다를 만큼 가치 판단의 문제다. 따라서 규제완화를 위해서는 금융회사에 대한 신뢰 회복이 필요조건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미국의 웰스파고은행은 고객 동의를 받지 않고 몰래 1500만개의 계좌를 개설하고 56만개의 신용카드를 발급해 부당하게 수수료를 챙긴 사실이 발각됐다. 이로 인해 은행은 약 1억9000만달러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직원 5300명이 해고됐다. 작년에는 바다 건너 영국의 바클레이은행이 슈퍼리치들의 자금 원천에 대한 검사를 하지 않고 거래내역을 숨겨 5200만파운드의 커미션을 챙긴 문제로 7200만파운드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올 들어 영국에서는 평균 15초마다 한 건의 금융사기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0% 정도 증가한 수치다. 금융권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이다. 이런 식이면 ‘과도’하다고 여겨지던 규제 역시 합리화될 수밖에 없고 그럴수록 은행의 통화 창출 기능은 떨어져 경기 회복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의 신뢰 회복이 경기 회복의 필수조건인 이유가 이것이며 한국 역시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 ahnd@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