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부동산 광풍이 불면서 또 다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왕젠린(王健林) 다롄완다(大連萬達)그룹 회장은 28일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에서 "중국의 부동산 버블(거품)이 사상 최대규모로 커져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우려가 커지자 중국 경제가 1990년대 주식과 부동산 거품 붕괴이후 장기 저성장에 빠진 일본과 같은 길을 가게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힘을 받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들어 자산거품이 붕괴한 이후 일본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 등의 각종 유동성 공급조치를 시행하였으나 유동성 함정에 빠져 이후 30여 년 간의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을 경험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한 통화정책 위원이 최근 일본식 비관론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 경제가 1990년대 일본과 닮았지만 다른 점도 있다며 향후 개혁 성공 여부가 중국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중국 경제의 방향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 “일본식 장기 불황 온다”
인민은행 통화정책 위원인 황이핑(黄益平) 베이징대 교수는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포럼에서 황 교수는 아무리 많은 자금이 투입되더라도 스태그네이션(stagnation·장기적 경기 침체)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중국에서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클 페티스(Michael Pettis)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 교수도 최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에 위기가 오지는 않겠지만 일본과 같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4% 이하의 저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바운드컨설팅그룹의 수석연구원인 천공은 “일본의 경험은 중국 당국자들로 하여금 자본 버블리스크에 더욱 주의하라도록 촉구하고 있다”며 “당국은 자본이 부동산시장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26일 부동산 열풍이 위장이혼까지 낳고 있다며 기업들이 본업보다는 부동산의 이득에 집중하면서 경쟁력을 잃을 리스크에 처해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노무라증권도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20년여년전 일본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의 부동산 거품붕괴 경고는 1년여전인 2015년 6월 중국 증시 거품이 붕괴된데 이은 것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1년여만에 5100대에서 3000대로 내려왔다.
지링하오(吉靈浩) 화촹(華創)증권의 채권애널리스트도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대출과 투자에 의존한 경제성장 방식을 철저하게 버리지 않는 한 일본식의 잃어버린 10년이 출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90년대 일본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했던 러셀 존스(Russell Jones) 류엘린 컨설팅리서치그룹 파트너도 “ 지금 중국의 신용 등은 1980년대 버블시대 일본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에서 총통화(M2)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80년 140%에서 1991년에는 190%까지 상승했고, 중국도 이 수치가 2008년 약140%에서 2016년 2분기에는 220%까지 올라갔다.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는 최근 보고서 ‘중국경제의 유동성 함정 가능성 평가-과거 일본사례와의 평가를 중심으로’에서 일본의 많은 상업은행들은 경기침체로 인한 영업이익률 하락으로 지급 불능상태까지 도달하였지만, 정부 보증 및 구제금융으로 파산하지 않고 연명하면서 자원을 낭비했다며 중국의 은행부문도 최근 부실대출비율이 크게 상승하고 있어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담보가치 하락 등으로 인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중앙은행 출신인 바바 나오히코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1980년대와 1990년대 일본과 지금의 중국 사이에 금융시장화 수준이나 수출 주도형 성장체제, 정점에 달한 인구 보너스(풍부한 노동인구가 주는 저임금 경쟁력), 기업부채의 국내총생산(GDP) 비중 등이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중국의 노동인구는 2012년 감소세에 진입했고, 일본은 1990년대 후반의 노동인구 감소가 수요와 투자 발목을 잡으면서 경제성장 둔화와 디플레이션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 “중국 아직도 도시화 통한 성장 여력 크다”
그러나 현대 중국 경제와 20여년전 일본과의 차이점도 적지않다. 바바 이코노미스트는 정부부채와 가계부채의 GDP 비율은 당시 일본에 비해 크게 낮고 도시화율과 인력자본의 수준은 1950년대와 1960년대 일본 수준에 머무는 등 차이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당시 일본과 달리 도시화를 통해 추가 건설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게 큰 잇점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분석했다. 1990년대 후반 일본의 도시화율은 이미 77%에 달한 반면 2015년 중국의 도시화율은 56.1%에 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도시화율이 80%에 이르기까지 1억5000만명이 도시로 신규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1990년대 일본에서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피터 모건(Peter Morgan)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컨설턴트는 “당시 일본경제는 이미 지금의 중국보다 더 성숙한 단계에 있어 거품붕괴로부터 빠져나올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경제운용이 덜 시장화됐기 때문에 거품붕괴를 막을 수 있는 정책수단이 더 많다는 얘기로 들린다.
“중국의 1인당 GDP는 아직 1만달러 이하(2015년 7942달러)로 1990년대 일본의 수준(약 3만달러 내외)보다 아직 크게 낮은 상황이어서 공급측 구조개혁 등을 실시할 경우 추가성장 여력이 클 것”(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의 최근 보고서는 통화및 신용의 대규모 공급, 성장 및 수출의 둔화, 과잉설비 상태 지속, 악성부채 증가, 자산가격 거품, 디플레이션 압력 등은 20여년전 일본의 유동성 함정 상황과 비슷하지만 다른 점도 있어 확실한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이 구조개혁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안정적 경제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경우 유동성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내 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유기업 개혁의 성공여부가 향후 중국 경제의 유동성함정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루이스 쿠지스(Louis Kuijs)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아시아 담당 수석은 “중국 당국자들이 비록 일본의 경험을 광범위하게 연구하고 있지만, 올바른 정책 교훈을 얻었는지는 두고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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