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산 간송미술문화재단 실장은 7일 문화재청(청장 나선화)과 '문화재 보존·관리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게 된 의미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업무협약의 주요 골자는 간송재단 소장품의 문화재 지정 추진이다. 우리 문화재 수집가인 간송 전형필(1906-1962)선생의 탄생 110주년을 맞아 간송재단 소장품의 효율적인 보존과 관리를 위해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문화재청은 신윤복의 '미인도', 이정의 '삼청첩', 정선의 '경교명승첩'을 비롯해 총 37점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하기 위해 조사를 착수한다. 현재 간송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는 12점, 보물은 10점이다.
'미인도'를 비롯해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탁월한 간송 소장품들을 대상으로 미술사 기반의 인문학적 조사와 함께 자연과학적 조사를 병행, 해당 작품의 제작기법, 주요특성, 보존상태 등을 확인해 최적의 보존관리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국보급 문화재로 평가받는 '미인도'의 국가지정문화재 추진은 이미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 미술계에서 있었다. 백 실장은 이에 대해 "그동안 여러가지로 재단과 미술관 상황이 녹록치 않았는데, 이번에 문화재청과 MOU를 맺으며 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먼저 지정물 추진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38년 간송 선생이 33세의 나이에 사재를 털어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보화각(葆華閣)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간송미술관은 80년 가까이 개보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술관 개보수 및 이전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가 2013년 간송미술문화재단이라는 공익재단을 설립한 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잇달아 기획전을 열며 국보급 소장품들을 대중에 알리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국가 지정물이 되면 문화재 보존, 관리 차원에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백 실장에 따르면 간송이 국보와 보물을 다수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번도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다. 아예 "요청할 생각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백 실장은 "먼저 문화재청 쪽에서 간송에 협력 요청을 해 왔고, 외부 전시가 계속되면서 일부에서는 정부가 간송을 도와줘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며 "앞으로 지정물이 되면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정부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간송 전형필 선생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속에서도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을 수집,보존함으로써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일깨운 인물이다. 국보 제70호인 '훈민정음'과 관련된 일화가 유명한데, 조선어 교육 금지령 등 민족 문화 말살 정책이 자행되던 시절 선생은 1000원을 부르는 거간꾼에게 당시 집 10채 값이었던 1만원을 더 얹어주고 훈민정음을 구입하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훈민정음을 가슴에 품고 피난을 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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