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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꿈의 무기'까지 탑재할 스텔스 구축함 '줌월트'

바람아님 2016. 10. 16. 00:10
SBS 2016.10.1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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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의 차세대 첨단 구축함이 공식 취역하기에 앞서 언론에 사전 공개한다는 연락을 받고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을 찾았다 이런저런 보안절차를 한참 거치고 차로 이동하자 멀리 항구에 위용을 드러내고 정박해 있는 차세대 구축함이 눈에 들어왔다.


● ‘우주 전함’ 같은 구축함

외관이 날렵한 게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법한 우주 전함 같았다. 배 상부는 피라미드 구조로 만들어졌고 함포 등 각종 무기는 철갑 안에 감추고 있었다. 옆에 같이 정박해 있는 기존 함정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크기도 엄청났다 구축함보다 하나 더 큰 게 순양함인데 이 순양함보다 더 크다. 길이 183m, 높이 32m, 배수량 1만 4천5백 톤 짜리다. 보통 구축함의 배수량이 3천에서 8천 톤인 점을 감안하면 두 세배 큰 규모다. 한때 최대 구축함으로 불렸던 우리 세종대왕함보다 길이는 20m 더 길고 배수량은 3천 톤이 더 많다.

엘모 줌월트 / 최연소(47) 前 합참의장
엘모 줌월트 / 최연소(47) 前 합참의장


제임스 커크 줌월트 함장
제임스 커크 줌월트 함장

배에 올라타 이곳 저곳을 돌아봤다. 기존 함정과 너무 달랐는데 난간조차 없었다. 무기체계 조종을 하는 곳이나 비밀시설을 제외한 일반 구역만 공개했다. 배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눈에 띄는 사진이 하나 걸려 있었다. 바로 줌월트란 배 이름의 주인공이다. 47세의 나이로 미국의 최연소 합참의장이 된 엘모 줌월트 제독이다. 재밌는 일이 있었다. 줌월트의 함장이 한참 기자들과 1문 1답을 했는데 이 함장 이름 어디서 들어본 듯했다. 제임스 커크, 찾아보니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끈 영화 스타트렉 엔터프라이즈호의 선장 이름과 같다. 우주 전함 같은 모습에 함장 이름도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우주선 선장과 같다니 우연의 일치일까?


줌월트 관련사진
줌월트 관련사진


대당 건조비용은 44억 달러 우리 돈 5조 원에 이르는데 니미츠급 항공모함 건조비용과 맞먹는다. 이 때문에 당초 32척을 건조하려던 계획은 3척만 만드는 것으로 수정됐다고 한다
 
● 최첨단 스텔스 기능 갖춘 항공모함 킬러
 
앞서 말한 대로 순양함보다 끈 엄청난 크기의 구축함이지만, 줌월트는 첨단 스텔스 기능 때문에 레이더에는 소형 어선으로 잡힌다고 한다. 레이더가 쏜 전파를 흡수하는 첨단 도료와 설계로 이 배의 크기는 300톤 정도의 어선으로 레이더에 표시된다고 한다. 적외선 피탐 방지장치에 모터로 기동하기 때문에 소음도 거의 없다. 커크 함장은 적에게 다가가거나 바다에서 작전할 때 줌월트를 탐지하고 추적하는 게 그만큼 어렵다며 자랑했다. 이런 방어기능뿐 아니라 뭐니뭐니해도 구축함의 핵심능력은 공격력인데 ‘항공모함 킬러’로 불릴 만큼 어마어마한 화력을 갖췄다. 80셀이 설치된 최신형 수직발사기(VLS : Vertical Launch System)에는 370km 밖의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SM-6 함대공 미사일을 비롯해 1천6백km 밖 지상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 함대공 미사일, 대잠 수직 발사 미사일 등 80발을 실을 수 있다.


포탄를 발사하는 모습/CG
포탄를 발사하는 모습/CG

하지만 줌월트가 무서운 것은 미사일보다 함포다. 보통 해군 함포 사거리가 20km인데 줌월트에 실린 155mm 함포는 GPS유도포탄을 이용해 185km 떨어진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 그만큼 먼바다에서도 내륙을 향해 미사일이 아닌 함포로만 수십분 동안 수백 발을 퍼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대 속도로 발사한 뒤 1분 이상 냉각을 시켜줘야 하는 기존 함포와 달리 계속 발사할 수 있도록 냉각장치가 가동한다고 한다. 소총처럼 함포를 퍼붓고 수십 발의 미사일을 쏘아댈 수 있는 가공할 공격력을 갖춘 것이다.
   
● 꿈의 무기 전자기 ‘레일건’도 탑재

줌월트는 일반 군함과 달리 전기로 이동한다. 가스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 뒤 워터제트를 움직이는데 그럼에도 최대 속도는 시속 62km에 이른다. 주목할 것은 이런 발전기를 통해 줌월트가 만들 수 있는 전력이 78MW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 정도 전력이면 작은 마을이나 초대형 놀이동산을 움직일 수 있는 전력이다. 이런 전력을 자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차세대 꿈의 무기라 불리는 ‘레일건’을 향후 2년 뒤에 줌월트에 실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함포를 대체한다고 한다.


‘레일건’ 발사 시험
‘레일건’ 발사 시험

레일건은 기존 포탄처럼 화약을 사용하지 않고 2개 레일 사이의 전자력을 이용해 탄환을 음속의 7배 속도로 빠르게 발사하는 첨단무기다. 여기에 소요되는 전력은 25MW다. 2백km 떨어진 표적까지 타격할 수 있는데 가장 큰 특징은 엄청난 발사속도다. 기존 함포보다 분당 10배 빠르게 포탄을 쏠 수 있다. 초속 1km가 넘는 탄환의 파괴력도 엄청나다. 앞서 언급한 대로 자체 78MW 전력을 생산하는 줌월트이기 때문에 레일건 탑재가 가능하다.


● 아태 지역 배치…北中 겨냥
 
줌월트함 세 척은 오는 2018년부터 차례로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실전 배치된다. 특히 중국이 인공섬을 만들어 주변 해역에 대한 영해를 주장하면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작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들은 사세보 항에 줌월트 접안을 위한 보완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며 줌월트가 일본에 기항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투입되거나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전략인 이른바 아시아 재균형전략(Pivot to Asia) 에 따른 것이다. 첫 스텔스 기능을 갖춘 이 구축함은 중국은 물론 북한에게도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줌월트 호 측면 사진
줌월트 호 측면 사진

이 함정이 동아시아에 증폭되고 있는 군사적 갈등을 더욱 첨예하게 하고 군비경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줌월트의 가공할만한 무기가 실제 불을 뿜는 모습을 보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전쟁억제력을 더욱 강화하는 데 기여하길 바랄 뿐이다. 


김우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