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07.13. 김국현 IT 칼럼니스트)
전기차 테슬라 사망사고 직후 BMW "완전자율주행차 생산" 공언
구글은 핸들도 없애버릴 예정… 기계는 뺑소니·음주운전은 안 해
기계의 판단을 위해 인간이 정보를 제공하는 시대 성큼
전기차 테슬라가 오토 파일럿 모드로 운행 중 사망 사고를 냈다.
자율 주행 최초 사망 사고라 번역되며 인공지능의 위기라 호들갑이었는데,
문제의 기능은 그저 '오토 파일럿'이었다.
오토 파일럿에는 '자율'이 없다. 이 모드에서 결정적 순간에 대한 대처는 사람의 몫이다.
오토 파일럿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13년. 자이로스코프(방향을 측정하고 유지하게 하는 장치)가
조종하는 비행기였다. 오토 파일럿은 오랜 세월 각종 비행기 사고마다 언급되며 용의 선상에 올랐는데,
가장 극적인 것은 2009년에 추락한 에어프랑스 447편이었다. 폭풍우로 속도 센서에 얼음이 끼자
최첨단 에어버스는 안전을 위해 오토 파일럿을 자동으로 해제하는 배려를 한다.
그런데 칠흑 속에서 갑자기 조종간을 잡게 된 부기장은 그만 당황한 탓에 조종간을 당겨 기수를 올렸다.
비행기는 고개를 들면 고도는 올라가지만 속력을 잃고 만다. 수동 모드로 예기치 않게 전환된 3분여의 시간,
비행기가 하늘로 치솟다가 힘을 잃고 추락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오토 파일럿에만 익숙했던 그 조종사는 그렇게 한국인 1명을 포함한 227명과 함께 바다로 가라앉았다.
센서에 결빙이라니 운이 좋지 않았다. 운이 좋지 않기는 테슬라 사고 차량의 차주도 마찬가지다.
해맑은 하늘 아래 하얀 트레일러가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며 가로놓였다.
센서가 하늘로 착각할 만한 이례적 조건이었다.
오토 파일럿은 1%의 예상 밖 상황에서는 이처럼 판단을 포기한다.
그런데 조종석의 인간 또한 이미 판단을 포기한 상태였다.
기장은 감을 잊었고 테슬라 차주는 DVD를 보고 있었다는 의혹이 있다.
인간은 게으르다. 스스로 하지 않아도 되면 기를 쓰고 안 한다. 만사 귀찮다. 판단도 미룬다.
하지만 모두가 기사나 집사를 둘 수는 없는 일, 도구와 기계가 그 역할을 해준다니 솔깃하다.
그렇게 우리는 도구 뒤에라도 숨어 점점 직접 하지 않는다.
이 습성은 좋은 사업 기회다.
1913년 오토 파일럿을 발명한 사업가 로렌스 스페리. 이듬해 그는 비행 중인 복엽기 날개 위로 동료와 함께 벌떡 올라섰다.
조종석은 비어 있었고, 관중은 환호했다.
그런데 정작 그의 오토 파일럿이 유명해진 계기는 후일의 추락 사건 때문이다.
동승자가 유부녀였는데 운 좋게 바닷가에서 구조될 당시 둘 다 알몸 상태였다.
추락은 격렬한 몸짓이 자이로스코프를 건드려버린 탓이었다.
결정적 순간은 사람의 몫이다. 자율이 없는 기계를 믿고 '멍 때리는' 순간 사고는 난다.
최신 사례가 테슬라라면 그 시작은 짓궂게도 로렌스 스페리 그 자신이었다.
치정(癡情) 비행으로부터 몇 년 뒤 그는 오토 파일럿과 함께 영국해협에서 실종된다.
99%는 안전하더라도 문제가 되는 것은 1%의 유사시다.
재난 영화의 주인공들은 늘 그 1%에 대해 예민한 이들인데, 그 존재가 별종이라 영화적 영웅이 된다.
대다수 인간은 1%는커녕 99%의 평상시에도 믿음직스럽지 않다. 기계는 적어도 뺑소니와 음주 운전, 졸음운전은
하지 않을 것이다. 기계가 사고를 일으켜도 여전히 통계적으로는 인간보다 미덥다.
테슬라 사고 직후 BMW는 2021년까지 완전 자율 주행차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GM과 도요타는 이미 진영을 꾸렸다.
구글은 자율 주행차에는 핸들도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기계가 사람보다 안전하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다. 1%의 유사시에
조차 인간을 믿을 수 없다면 인간에게 맡겼던 1%의 역할마저 이제는 환수하자는 것이다.
'자율'의 의미란 그런 뜻이다.
오토 파일럿의 100년. 이제 자율 주행의 새로운 100년이 시작되고 있다.
기계로부터 정보를 받아 인간이 판단을 내리는 줄 알았지만, 기계의 판단을 위해 인간이 정보를 제공하는 사회가
그렇게 찾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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