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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경제패권전쟁 나선 G2..韓 가전·철강·배터리를 희생양으로

바람아님 2016. 12. 18. 23:51
서울경제 2016.12.18 17:47

[한국, 미-중 통상마찰 유탄에 전전긍긍], 중국산 많은 한국 가전..美 관세 압박카드에 안성맞춤, 中 정부는 배터리인증·세무조사 등으로 한국에 화풀이, 한국도 통상정책 전면 수정..새로운 대응책 마련해야


글로벌 경제를 호령하는 미국과 중국이 경제패권 장악을 위해 무역전쟁에 돌입함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이 중간에 끼여 유탄을 맞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그룹 총수들이 청문회 증인으로 나서거나 출국이 금지되는 등 행동반경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 주요2개국(G2) 통상마찰의 피해자가 되지 않을까 속을 태우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과 중국 중에서 일방에 유리한 외교·안보정책을 펼칠 경우 상대방 국가가 경제보복의 화살을 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하고 향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할 수 있다고 시사하자 중국은 남중국해 공해에서 미군 수중드론을 나포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미, 중 압박 위해 한국기업 희생양 삼을 가능성=G2가 통상마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하면 ‘경제전쟁 선전포고’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중국 경고는 강도를 더하고 있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45%의 징벌적 관세 부과를 비롯해 △환율조작국 지정 △중국의 불법보조금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지적재산권 침해 등 불법행위 제재 등이 핵심이다.


이 같은 중국 압박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희생양이 필요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바탕으로 대미 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안성맞춤 타깃이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최근 중국에서 생산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에 덤핑 최종판정을 내렸다. 자국 기업 월풀의 하소연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중국산 세탁기가 미국시장에서 각각 52.5%, 32.1%의 반덤핑 마진으로 판매됐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미국 가전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한국 대표기업에 족쇄를 채우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숨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등 매파 입장을 천명한 것도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중국 위안화에 맞서 ‘달러 패권’을 수성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신흥국을 대상으로 수출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대기업들로서는 메가톤급 타격이다.

일본 노무라증권이 최근 아시아 관련 보고서를 통해 G2 간 무역갈등, 미국 우선주의 기류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한국을 꼽은 것은 두 마리 고래 사이에 낀 새우 위치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 미 압박 거세지자 한국기업에 화풀이=미국 정부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자 중국 정부는 한국 기업에 화풀이를 해대고 있다. 한국 기업에 향한 칼날이 언제든지 미국 기업을 겨냥할 수 있다는 경고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중국은 한국 기업들이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을 만들었다. 삼성SDI와 LG화학 등 중국에 배터리 공장을 갖고 있거나 신설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은 공장시설을 3~4배 더 늘려야 한다. 막대한 자금부담 탓에 수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들이 공동으로 중국 측에 개선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했지만 수용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토로했다.


제재 대상은 점차 확대되는 모양새다. 중국은 지난달 한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해서만 반덤핑관세율을 재조정하기로 했다. 한화케미칼·OCI·한국실리콘 등이 조사 대상 기업이다.

미중 간 외교·안보 갈등도 한국기업을 옥죄는 요인이다. 미국과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롯데그룹에 대한 세무·위생조사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롯데그룹이 사드 부지를 제공한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제한하는 조치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통상전문가들은 글로벌 무역 생태계가 변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와 기업도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중 보호무역 기조가 뉴노멀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며 “미국과 중국이 통상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기존 관행을 잊고 완전히 다른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정명기자 vicsj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