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우리가 부활시킨 袁世凱
조선일보 2017.01.05 03:15
중국 외교부의 천하이(陳海) 아주국 부국장이 우리 외교부의 만류에도 지난달 말 방한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의 별명이 떠올랐다. '아, 진세개(陳世凱)!'
천 부국장이 주한 중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2012~2014년 그는 서울 외교가에서 '진세개'로 통했다. 1882~ 1894년 조선에 머물며 국정을 간섭했던 위안스카이(袁世凱)에 빗댄 별명이었다. 당시 그는 공사참사관이었지만 실제보다 급(級)이 높은 척하며, 자신보다 훨씬 급 높은 국내 인사들과 교제했다. 한국에서 그는 부대사나 대리대사로 통했다. 우리 외교부가 "공사참사관이란 공식 직함으로 활동하라"고 요청한 적도 있지만 수용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부대사, 대리대사의 위치에서 천 부국장은 정·재계에 두루 인맥을 쌓았다. 국회의원 누구누구와 호형호제(呼兄呼弟)한다는 소리도 들렸다.
한국 근무를 마치고 돌아가서는 사드에 반대하는 중국 외교의 실무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4박 5일의 방한에서 천 부국장과 만난 것으로 알려진 정치인만도 김무성 개혁보수신당 의원,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박지원 전 국민의당 원내대표 등 여럿이다. 김무성 의원은 TV조선에 "(천 부국장이) 사드 배치 결정을 연기해 달라고 해서 나무랐다"고 말했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늘 중국에서 하던 (사드)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중국에 사업장을 둔 기업인들을 만나서는 아마 한발 더 나갔던 것 같다. 한 대기업 관계자가 정부에 "(사드 배치와 관련해) 위협적 언사를 들었다"고 알렸다고 한다. 이 사실을 전해준 소식통은 "(천 부국장의) 협박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며 "협박 내용이 밖으로 알려지면 어느 기업이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는지 드러나 그 기업이 중국에서 더 큰 보복을 당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 아주국에는 부국장이 4명 있다. 그중 한 명에 불과한 천 부국장은 우리 외교부 과장보다 조금 급이 높은 정도다. 그가 서울을 휘젓고 다니는 동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장관급)을 지낸 김장수 주중 한국 대사는 베이징에서 무엇을 했을까. 김 대사가 푸대접을 받고 있으며, 장관은커녕 그보다 급이 낮은 인사조차 접촉하기 쉽지 않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우리가 전직 장관들을 중국에 대사로 보내는 동안 중국은 줄곧 부국장급·국장급 인사들을 주한 대사로 보냈다. 북한에는 차관급 인사를 대사로 보내도 한국에는 그럴 의지가 없어 보였다. 천 부국장의 이번 방한으로 그 이유가 드러났다. 과장급을 보내도 한국의 주요 정치인들이 줄줄이 만나주기 때문이다.
송영길 의원 등 민주당 의원 7명이 4일 또 중국에 갔다. 그들이 왕이 외교부장과 푸잉 전인대 외사위 주임을 만나고 쿵쉬안유 부장조리가 대접하는 만찬을 먹는 동안 우리 정부의 권위는 그만큼 더 깎일 것이다. 계속해서 위안스카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한국의 원칙도 없는 대중(對中) 저자세 외교다.
중국 한류 제재 사실로 드러나..中 "사드 가속화 안돼"
연합뉴스 2017.01.04 22:02
야당의원단 "중국측에 민주당·대선주자 사드 입장 전달 안해"
중국이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반대에 따른 보복 조치의 하나로 한류를 제재한 게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은 한국 측이 사드 가속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 노력해야 한다면서 가급적 이른 시일 내 국면 전환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금한령 관련 부분을 향후 어느 정도 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방중 야당의원단은 중국 측에 더불어민주당과 당의 대선 주자들의 사드 입장은 전달하지 않고 사드 보복 조치를 중단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송영길 의원 등 민주당 의원 7명과 박선원 전 청와대 비서관은 4일 베이징에서 왕이(王毅) 외교부장, 쿵쉬안유(孔鉉佑)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를 만나 사드와 관련된 현안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 쿵쉬안유 부장조리와는 1시간 30분, 왕이 부장과는 50여분 정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야당의원단은 한중 교류 협력을 제약하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시정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쿵쉬안유 부장조리는 한중 관계 중시하며 장기적으로 극복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야당의원단 관계자는 "중국 측은 최근 들어 사드 배치 문제 가속하겠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가속화라는 발언보다는 일시 중단하면서까지 핵 문제 해결과 사드에서 서로 핵심이익을 건드리지 않는 쪽으로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를 협의하고 논의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국민감정과 마찬가지로 중국 사람도 희로애락이 있고 사드 배치가 한중 25주년에서 완전히 새롭게 중국 안보 저해하는데 중국이 안보 저해하거나 직접 피해를 준 적 없는데 왜 그러느냐면서 중국 국민감정도 이해했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측은 사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왜 한국은 중국을 불편하게 하느냐며 섭섭하다고 했다"면서 "사드 반대하고 용납 못 하지만 해결책이 있는지는 머리 맞대고 노력해보자고 중국 측이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들 의원은 한국 연예인 출연 제한, 한국 배터리 보조금 제한, 한국행 여행 20% 제한, 한국행 전세기 제한 등을 거론하며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했고 중국 측은 한국의 설명을 중시한다면서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국면을 전환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한국 연예인 출연 제한과 같은 부분에 대해선 처음으로 중국 측이 간접적으로 규제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인했다.
야당의원단 관계자는 "중국 측이 국민감정이 안 좋은데 한국드라마나 영화를 보여주면 오히려 더 안 좋을 수 있으니 중국 국민이 보지 않고 제재한 거다"면서 "중국 국민도 감정이 있고 그걸 도외시한 정책 쓸 수 없다면서 TV만 틀면 한국드라마, 아이돌이 나오면 악감정이 있을 수 있어 약간의 자제가 좋지 않겠느냐는 중국 측 발언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측은 여행객 제한 등에 대해서는 방한 중국인 여행객이 오히려 늘었고 대중 무역액도 늘지 않았냐면서 금한령과 상관성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관심을 끌었던 민주당이나 당의 대선주자의 사드 입장 표명도 없었다.
야당의원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민주당이 사드를 어떻게 처리할 거라든지 대선주자가 어떻다 던지는 일체 얘기한 적이 없다"면서 "중국 측도 관심도 없고 묻지도 않았다"고 일축했다.
한편 야당의원단은 이날 면담에서 주한 주중대사를 북한처럼 차관급으로 올려야 하며 향후 핵 문제 진전이 있어 개성공단이 재개하는 상황이 되면 중국도 개성공단에 기업을 보낸다든지 참여해서 개성공단을 평화적 협력 모델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듣기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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