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歷史·文化遺産

이순신 장군의 여자 ‘덕이’ 새로 찾았다

바람아님 2017. 1. 6. 23:35
[중앙일보] 입력 2017.01.06 00:46

『난중일기』 3년째 연구한 박갑로씨
“계집종으로 4차례 나와 내밀한 얘기”


3년째 『난중일기』를 분석하고 있는 의병정신선양회 박갑로(57·경북 예천군 예천읍·사진) 대표가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이순신(1545∼98) 장군의 여자를 새로 찾아냈다. ‘덕(德)이’라는 이름의 계집종이다.

지난 4일 만난 그는 손때 묻은 『난중일기』를 펼쳐 관련 대목을 읽었다. 갑오년(1594) 5월 1일의 일기다. ‘…아침에 아들 면과 집안 계집 종 4명, 관의 계집 종 4명이 병중에 심부름할 일로 들어왔다. 덕(德)이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내일 돌려보내라고 지시했다.’ 여기에 나오는 ‘덕이’가 바로 숨겨진 여자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난중일기에 등장하는 인물을 모두 끄집어내 관계 등을 분석해 왔다. 등장 인물만 1000명이 넘는다. 등장 횟수도 파악했다. 덕이는 네 차례 등장한다. 병신년(1596) 3월 15일엔 ‘…늦게 경상 수사가 와서 함께 이야기하다가 취해서 돌아갔는데, 그때 아랫방에서 덕이와 사담을 나눴다고 한다…’고 적혀 있다. 박 대표는 “아랫방은 내실이며 덕이가 장군의 여자이기 때문에 수사 권준이 들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권준은 일기에 300차례 가까이 나오는 장군의 오른팔 격이다.

정유년(1597) 4월 11일 백의종군 시절 일기는 박 대표의 주장에 무게를 더 싣는다. ‘맑음. 새벽 꿈이 매우 심란하여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었다. 덕이를 불러 대강 이야기하고 또 아들 울에게도 말했다….’ 연인 사이가 아니라면 걱정스러운 꿈 이야기를 했겠느냐는 것이다. 그해 6월 21일 일기에 다시 덕이가 등장한다. ‘…새벽에 덕과 율온을 꿈꾸었고 대도 꿈에 함께 보였는데, 반갑게 인사하는 빛이 역력했다….’ 덕이는 꿈에도 나타나는 관계였다.

이순신 장군은 본부인 방씨와의 사이에 아들 셋과 딸이 하나 있었다. 방씨 외에 일기에는 장군과 가까웠던 여자 4명이 등장한다. 여진이와 최귀지·내산월 그리고 부안댁 윤씨다. 박 대표는 여기에 덕이를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충무공 연구자가 수십 명이 있지만 장군과 밀접했던 종에는 관심이 부족했다”며 “일기 전체를 연결해서 보니 관계가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인터넷 카페 ‘이순신을 배우는 사람들’에서도 활동하고 있으며 20여 년째 의병 등 역사 연구를 하고 있다.

예천=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