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1.12 차학봉 산업1부장)
글로벌 기업도 대통령은 겁이 나는 모양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트위터를 통해, 임금이 저렴하고 미국으로 무관세
수출하는 멕시코에 공장을 설립하는 기업에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막대한 국경세(國境稅)를 내야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볼멘소리를 하며 저항하는 듯하던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줄줄이 백기 투항하고 있다.
포드는 멕시코 소형차 생산 공장 설립 계획을 취소하는 대신 미국에 7억달러 규모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미국 공장에 3년간 10억달러를 투자하고 2000명을 추가 고용하기로 했다.
외국 업체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의 도요타는 5년간 미국에 10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BMW도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 10억달러를 투자한다.
트럼프의 '막가파식 경제정책'이 결국 보호무역주의를 확산시켜 글로벌 경제에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의 무기가 '협박'만은 아니다.
트럼프는 기업 유치와 투자 활성화를 위한 '당근' 정책도 편다.
1조달러를 들여 인프라를 개선하고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핵심은 세금이다. 35%인 법인세를 15%까지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낮은 세금 때문에 선호하는 아일랜드(12.5%)와 비슷한 수준이고 영국(20%)보다 낮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5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중국의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미국에서
100만 개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고 한 것도 트럼프의 친(親)기업 정책이 한몫했다.
제45대 미국대통령 당선인인 도널드 트럼프는 6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손 마사요시(孫正義·한국명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을 만난 후 트위터에 "손 사장이 미국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5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두 사람이 로비에 나와 기자들에게 대화 내용을 설명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미국만 친기업 정책을 펴는 것은 아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추진하는 '아베노믹스'는 엔화 약세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높여주는 노골적인 '대기업 친화 정책'이다.
법인세 인하는 기본이고 특정 지역을 정해 모든 규제를 풀고 지원금, 세금 혜택을 강화하는 이른바 '규제 프리존' 제도를
도입했다. 정부가 세금 낮추고 규제를 풀어 주겠으니, 기업들은 그만큼 투자해 고용을 확대하라는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도 법인세 인하 등 친기업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내수 침체, 수출 감소, 가계부채 급증,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기업들은 "IMF 외환위기 때만큼이나 어렵다"고 아우성이지만,
대통령은 탄핵 심판으로 기능 정지 상태이고 관료조직은 '복지안동(伏地眼動)'이다.
국회는 기업의 우려에도 법인세 인상과 규제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 등을 추진 중이다.
야권 대선 주자들의 제1 경제 공약이 '재벌 개혁'이다.
"반칙과 특권, 부정부패로 과실을 독차지하고 서민경제를 무너뜨렸다"고 주장한다.
공과(功過)를 따져야 하지만 정치권이 세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글로벌 대기업을 '악의 근원'처럼 폄훼하는 것은
지나치다. 특검은 대기업 총수의 사법처리를 공언하고 해외출장도 가지 못하도록 출금 조치를 취했다.
트럼프의 '미국산(美國産) 우대정책'으로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미국 시장에서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현대차에 대한 압력도 거세질 전망이다.
글로벌 리쇼어링(Reshoring·해외진출 기업들의 본국 이전) 전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지만, 한국은 기업을 해외로 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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