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커창지수'가 韓경제에 던지는 '경고'

바람아님 2017. 1. 29. 23:30
머니투데이 2017.01.29 12:53

커창지수 한국경제 대입하면 성장 동력 떨어지는 최근 모습과 비슷해


리커창 중국 총리. /사진=블룸버그

중국 경제 총책임자인 리커창 총리는 2007년 랴오닝성 당 서기 시절 주중 미국 대사와의 만찬에서 중국 GDP(국내총생산) 통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업 전력사용량 △중장기 은행 대출잔액 △철도 화물운송량 등 3가지 지표의 증감율만 살펴봐도 경제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2010년 이를 바탕으로 '커창지수'를 고안했다. 전력사용량, 대출잔액, 화물운송량에 각각 40%, 35%, 25%의 가중치를 둔 이 지수는 중국 경제 보조지표로 쓰이고 있다. 리커창 총리가 지난해 취업·평균소득·에너지소모량을 반영한 '신커창지수'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커창지수는 여전히 비중 있게 활용되고 있다.

리커창 총리의 시선을 한국경제로 돌리면 어떨까. 커창지수는 우리에게 두 가지 과제를 던진다. 지수 자체를 한국경제에 적용할 때 도출되는 경제적 의미와 주요 지표가 경제 현실을 잘 담고 있느냐다.


우선 커창지수 3대 지표를 한국에 대입해보면 성장 동력이 떨어지는 최근 경제 모습과 닮았다.

중국 공업 전력사용량과 비슷한 개념인 산업용 전력판매량을 보면 2015년 전년 대비 0.4% 늘어나는데 그쳤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8%)보다 증가 폭이 저조하다. 공장 기계가 돌아가는 수준이 금융위기 때보다 뒤처진다는 뜻이다. 지난해 11월까지 산업용 전력판매량도 1년 전과 비교해 1.7% 증가에 머물렀다.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 척도인 은행 대출잔액은 2014년과 2015년 전년보다 각각 8.3%, 7.7% 늘어 금융위기 후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 영향을 제거하고 기업만 보면 하락세다. 2015년 전년 대비 7.1% 늘어난 기업 대출잔액은 지난해 1월 6.9%를 기록한 뒤 지난해 11월 3.8%까지 떨어졌다.


철도 화물운송량 증감율은 2013년부터 오히려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도로를 이용한 차량 화물 운송을 감안해야 하지만 수출과 내수 역동성이 과거보다 못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커창지수는 전통 경제지표의 의미에 대해서도 화두를 던진다. 통계 왜곡이 빈번하다고 의심 받는 중국과 곧바로 비교하기 어렵지만 한국 역시 '경제 현실을 제대로 담는 지표가 무엇인지'라는 질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5월 '경제지표의 왕'인 GDP를 두고 "디지털 경제가 확대되면서 GDP 신뢰성이 점차 낮아지는 것 같다. 생활 수준을 보다 잘 나타낼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건 앞선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이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속도로 통행량, 전력사용량 등 경기 판단에 유용한 실물지표들이 꽤 있다"며 "세분화된 경제지표는 정책목표와 효과를 정확하게 세우고 측정하는데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세종=박경담 기자 damdam@mt.co.kr, 이동우 기자 canelo@, 정혜윤 기자 hyeyoon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