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똑똑한 경제] 악화는 어떻게 양화를 구축하는가?

바람아님 2017. 1. 27. 23:35
KBS 2017.01.27 10:03


양적완화 전성시대입니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자국 화폐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경쟁합니다.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수출도 하기 쉽고, 관광객도 더 많이 옵니다. 사실은 경기부양을 위해 자꾸 돈을 찍어내는데도, 우려만큼(?) 인플레이션이 안 생겨서 또 찍어냅니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찍어냅니다.


그전에는 환율전쟁을 해도 품위가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나서 환율을 언급하고 그러지 않았습니다. 한다면 재무장관이 하고, 대통령은 뜨뜻미지근하게 언급합니다. 자칫 시장이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화끈합니다. “강달러 때문에 미국이 죽을 지경”이라고 내지릅니다. (만약 우리 대통령이 “원화가치가 너무 고평가됐다”고 말하면, 즉시 서울외환시장이 반응하고, 미 재무부는 한국이 자꾸 환율을 조작하려 한다고 논평을 낼텐데...)


‘돈을 더 찍어내고 싶다’는 욕심은 어쩜 인류가 화폐를 만든 그 날부터 생겼을 겁니다. 그런데 왜 못 찍어냈을까? 과거에는 시장에서 지나치게 화폐가 풀리면 화폐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입니다. 1866년(고종 3년)에 흥선대원군이 기존 화폐보다 100배나 비싼 '당백전'을 시장에 공급합니다. 하지만 들어있는 동의 가치는 100배가 아니었지요. 화폐가치는 급락합니다(졸업시즌에 장미꽃 공급이 100배 늘어나는 것과 똑같다. 장미꽃 가격은 곧 폭락한다). 그래서 당백전의 ‘당’을 세게 발음해서 그때부터 ‘땡전’이라고 불렀답니다. 땡전 한 푼 없다 할 때 그 ‘땡전’이 당백전에서 나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류는 그래서 돈을 함부로 찍어내지 못하는 방법을 고민해왔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금화 또는 은화입니다. 금이나 은은 귀하니까요. 공급이 가장 한정된 자원입니다. 그러니 화폐를 더 찍어내고 싶어도 더 못 발행하죠.



하지만 로마시대 이후 수천의 제왕들이 돈을 더 찍어내고 싶습니다. 결국 금의 함량을 속여 금화를 발행합니다. 딱 그만큼 화폐가치가 추락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때부터 금의 함량이 제대로 들어있는 화폐는 집에 보관하고, 금이나 은이 부실하게 들어있는 화폐를 우선 먼저 사용합니다. 시장에는 주로 나쁜 돈이 유통됩니다. 이렇게 나쁜 돈이 좋은 돈을 시장에서 몰아내는 것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라고 합니다. 여기서 구축은 몰아낸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금으로 화폐를 만들다 보니 거래가 불편합니다. 100여 년 전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그래서 종이돈 화폐가 본격 등장합니다. 문제는 종이돈은 언제든 마음껏 찍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딱 은행에 들어있는 금만큼만 지폐를 발행한다”고 약속합니다. 이걸 금본위제(Gold Standard)라고 합니다. 이렇게 종이 화폐는 처음엔 ‘금교환권’이었습니다.


'어차피 땅속에 있었던 금을 공들여 캐낸 뒤에, 이를 다시 네모난 모양으로 다듬은 다음, 다시 땅속에 묻어두고 종이 지폐로 이를 증명한 뒤 부자가 됐다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 존 메이너즈 케인즈(John Maynard Keynes). 금본위제를 매우 비웃었던 경제학자

그런데 또 몇 년 지나보면 그 약속을 어깁니다. 은행에 있는 금보다 더 화폐를 찍어냅니다. 사람들이 화폐를 들고 은행 가서 “이만큼 금으로 바꿔주세요” 해도 못 바꿔줍니다. 곳간에 금이 부족하니까요.


이 금태환의 약속을 주로 어긴 나라는 미국입니다. 1910년대 포드차가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미국의 생산성은 눈이 부시게 발전했습니다. 유럽을 향한 미국산 제품수출이 급증합니다. 유럽의 금이 빠르게 미국으로 유입됩니다. 반면 유럽국가들은 주로 주요국의 화폐를 외환으로 보유했습니다. 영국은 프랑을 프랑스는 파운드화를 비축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라 간 화폐의 교환비율입니다. 1944년 미국은 은행 곳간에 있는 금만큼만 달러를 발행한다고 굳은 약속을 합니다. 이를 브레튼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라고 합니다. 뉴햄프셔주의 작은 도시에서 기축통화 달러를 그만큼만 발행한다는 지구인들의 약속이 맺어집니다. (이는 카지노에서 미국이라는 참가자가 여러분이 맡긴 돈만큼만 칩이 유통시키겠다고 약속하는 것과 같다. 미국은 사실은 칩을 찍어내는 기계가 있다)


파운드화의 시대가 마감하고, 세계 각국은 이를 믿고 기축통화 달러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결국 또 보관된 금보다 더 많은 달러를 발행하죠(미국이 또 다른 참가자들 몰래 카지노에서 칩을 찍어낸 것이다. 물론 현금을 맡기지도 않고...)

결국 71년 닉슨 대통령은 “사실은 곳간의 금이 발행된 달러보다 턱없이 부족해”라고 고백합니다. 금본위제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그리고 이제 인간이 마음껏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바야흐로 화폐 범람시대의 서막입니다.


이렇게 계속 찍어내다 보면 어떻게 될까요? 미국도, 유럽도 일본도 툭하면 양적완화입니다. 양적완화 대유행시대.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지구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입니다. 물론 지금 세대가 아닌 다음 세대의...

“자본주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화폐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블레드미르 레닌 (Lenin', Vladimir Il'Ich]


김원장기자 (kim9@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