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전문 매체인 ‘주간 항공(AVIATION WEEK)’은 2일자 인터넷 머리기사에서 ‘노스롭이 160억달러 규모의 T-X 수주 경쟁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T-X 프로그램은 지난 1959년 첫선을 보인 이래 50년 넘도록 미 공군의 고등 훈련기로 사용해온 T-38 탈론 350대를 대체하는 사업. 미 공군은 올해 안에 공급사를 결정할 계획이다. 미 공군의 2차 발주물량과 미 해군의 차기 훈련기, 제3국 수출을 감안하면 1,000여대를 납품할 수 있어 주요 전투기 메이커들이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T-X 선정을 위해 이미 N-400이라는 시제기를 제작해 지상 활주 시험까지 진행한 마당이어서 노스롭의 중도 포기는 뜻밖이다. 노스롭이 수주전을 포기한 이유는 미 공군의 차기 폭격기(B-X) 개발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출혈 경쟁을 펼친 후유증과 개발 역량을 폭격기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노스롭의 포기에 앞서 이탈리아제 M-346을 개조한 T-100을 내세웠던 레이시온·레오나르도 컨소시엄도 경쟁을 포기한 마당이지만 남은 경쟁자는 여전히 4개 업체. 지난해 말 2개 업체가 새로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미국 시에라네다바사와 터키 국영항공 컨소시엄과 미국 텍스트론사가 지난해 말 경쟁 참여를 선언한 상태다. 그러나 시에라네바다 컨소시엄은 후보기를 제작하지 못한 상태이며 텍스트론사의 스콜피온기는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주 경쟁이 사실상 2파전으로 압축됐다는 얘기다.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변수가 하나 더 생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투기 가격을 내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이어서 가격은 낙찰을 좌우할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T-X의 납품 가격이 내려갈지는 의문이다. 남은 경쟁자들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록히드마틴의 경우 트럼프의 요구에 따라 F-35 전투기 가격을 인하한 마당에 T-X까지 입찰 가격을 내리기는 버거워 보인다. 보잉사도 공중급유기인 KC-46 개발과 납품 과정에서 내상을 입은 상황이다.
주머니가 넉넉하지 못해도 양자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사활이 걸린 탓이다. 록히드마틴은 다소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카이의 경우 T-X 수주에 실패하면 한국형 차기 전투기(KF-X) 생산까지 전투기 생산 라인을 놀려야 할 처지다. 보잉사는 더욱 절박하다. T-X에 선정되지 못할 경우 전투기 생산 라인 폐쇄까지 앞둔 처지다.
/권홍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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