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3.09.06 신수진 사진심리학자)
빛으로 그린 그림 - 기계로 만든 규격화된 생산품들을 암실에 갖고 들어가
빛을 비추자 이름과 기능은 사라지고 추상화된 그림만 빛의‘흔적’으로 남았다.
라슬로 모호이너지, 포토그램, 1939
모호이너지에게 사진은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빛'을 다루기에 가장 적합한 도구였다. 안료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이전 시대의 유산이라면 전기를 활용하는 인공 조명을 가지게 된 20세기 인간에게 '빛으로 그리는 그림'은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사진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예술적 표현 도구로 활용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 중에서도 모호이너지가 유독 포토그램에 매료되었던 이유는 그것이 물질성과 비물질성, 구상과 추상, 사고와 감정을 넘나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당시의 인류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의 본질을 꿰뚫어 인류가 변화하는 시대에 더 잘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믿었던 그가 우리 시대에 다시 살아난다면 무엇을 했을까 하는 공상에 빠져본다
(참고 다른 Photogram 이미지)
<각주>
- 카메라를 쓰지 않고 감광재료 위에 직접 물체를 두고 빛을 쬐어 빛과 그림자만으로 영상구성을 하는 표현기법, 또는 그러한 기법에 의한 사진.
감광재료 위에 불투명·반투명 또는 투명한 평면, 또는 입체적인 물체를 직접 놓거나 띄워서 배치하고 위에서 빛을 쬐면 물체의 윤곽·그림자·반영상 등이 그 물질의 투명도 또는 반사도에 따라 복잡한 흑백의 톤(tone)을 그리면서 영화(影畵:silhouette)를 만든다. 즉, 카메라 메커니즘을 쓰지 않는 사진(lensless photography)의 일종이며, 사진의 재현기능을 창조기능으로 전화시킨 사진적 조형으로, 노광(露光) 중 물체를 이동시키고 다중노광하거나 광원을 움직여 그림자를 만들면 하프톤(half tone)도 생겨 변화가 다양해진다.
포토그램의 선구적 형태로는 1727년 J.H.슈르츠가 광화학 실험 중 감광물질을 병에 채우고 글자를 오려낸 흑지를 그 주위에 붙여 햇볕을 쬠으로써 영상을 병 안에 만들었고, 1834년에는 W.H.F.톨벗이 염화은을 종이 섬유 속에 침투시켜 이 종이에 나뭇잎과 레이스(lace)를 얹고 빛을 쬐어 그 형상을 추상화하여 포토제닉 드로잉(photogenic drawing)이라 했으며, 스위스의 다다이스트 C.샤드는 1918년 여러 종이를 오려낸 것을 인화지에 얹고 노광하여 추상적 조형을 만들고 정치적 포스터를 제작하여 섀도그래프(schadograph)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실험적 방법을 재발견하고 새로운 시각예술 표현의 수단으로 활용한 것은, 1921년을 전후하여 거의 동시에 발표되어 그 작품적 가치를 재인식시킨 M.레이와 L.모호이너지의 실험적 작품을 들 수 있다. 즉, M.레이는 1922년 4월 미국 《브룸》지의 표지에 이 방법의 작품을 발표하였고, 같은 해에 모호이너지는 네덜란드의 《더 스틸》지 7호에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모호이노디는 이것을 포토그램이라 했고, M.레이는 레이요그램(Rayogram) 또는 레이요그래프(Rayograph)라 했다.
M.레이는 포토그램의 암시적·상징적 표현효과를 살려 일종의 무드와 주관성을 부여하여 환상적이고 초현실풍의 작품을 만들었으며, 모호이너지는 명암의 구성효과 즉 명암의 균형비와 속도, 역동감 등을 계산된 구성으로 표현하였다. 포토그램은 사물에 대한 의식이 결여되고 표현이 매우 감각적이라는 점이 있기는 하나, 근대사진 역사상 사진 표현의 가능성을 확대했다는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포토그램 [photogram]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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