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끄는 건물이 좋은 건물', 운생동의 건축작품
가장 많이 찾는 '홍대 상권'의 중심 지역이다.
이 일대는 상권이 급작스레 커지면서 고급스럽거나 차분히 정리된 모습을 갖추진 못했지만, 눈에 띄는 개성 강한 의류판매장이
많고, 먹을거리가 풍성해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모이는 '핫 플레이스(hot-place)'다.
↑ 옐로우 다이아몬드./남궁선 사진작가
↑ 옐로우 다이아몬드에 입점한 에이랜드 내부 전경./허성준 기자
↑ 청심 물 문화관 전경./Fernando Goerra 사진작가
↑ 청심 물 문화관 전경./ 동 사진가.
↑ 성수 문화복지 회관 전경./Fernando Goerra 사진작가
↑ 성수 문화복지회관 내부./Sergio Pirrone 사진작가
최근엔 상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낡고 허름한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아예 건물이 새로 들어서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특히 서교동 357-4, 서교 프라자와 붙어 있는 '옐로우 다이아몬드(yellow diamond)'는 최근 몇 년 새 들어선 건물 중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이다.
이 건물은 장윤규(49)·신창훈(43) 공동대표 체제인 건축사사무소 '운생동(韻生同)'과 '미쯔이 준 앤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Jun
Mitsui & Associates Inc. Architects)'가 2010년 설계한 복합 건물이다.
현재 의류판매장 '에이랜드(A-LAND)'가 1~5층, '홍대 난타전용관'이 지하 2~3층에 들어서 있다. 보석을 깎아 놓은 듯한
커튼 월 입면과 흔치 않은 노랑 빛깔의 외관이 특징이다.
운생동 건축의 장윤규 소장은 "대지가 사다리꼴 형태로 비정형적이었고, 대지 주변이 규칙적이거나 단일한 구조의 건축 풍경이
아니었다"며 "홍대 뒷골목의 역동적인 욕망 속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자율적이고 무겁지 않은 디자인의 개념이 적용됐다"고
밝혔다.
9월 9일 현장에 가보니 옐로우 다이아몬드는 삼겹살·곱창·막창을 파는 가게와 주변의 새로 신축 공사 중인 건물 사이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입점한 의류 판매장을 찾는 이들로 북적였고, 외부에선 건물 내부로 수시로 드나드는 사람의 동선과
움직임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대지면적은 972㎡로 넓은 편이지만, 건물의 형태는 웅대한 느낌의 단일 건물이 아니다. 1~2층까지는 출입구를 달리해 쪼개
놓았고, 3층 내부부터 건물이 통으로 이어진다. 1층에는 주변 도로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의 'T'자형 골목이 있어, 여러
방향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마주칠 수 있도록 했다.
에이랜드 관계자는 "한 공간이지만, 걸어 다니며 여러 곳을 돌아보는 느낌이 든다"며 "특히 이 건물에 입점한 의류판매장은 여러
디자이너의 의류를 들여놓는 편집샵이어서 건물과 입점사의 특징이 잘 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건물은 2011년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받은 건물로 "기존 건축물에 비해 많은 변화를 추구한 실험적인 건물로 비정형적
인 대지의 모양을 최대한 활용해 건축의 모양을 이룬 점과 기존의 골목을 그대로 살려 길과의 접근성이 높여 건축주에게 많은
이점을 준 것이 눈에 띄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장윤규·신창훈의 운생동 건축은 2002년 설립돼 광주디자인센터, 서울대학교 건축대학, 갤러리 예화랑, 파주 생능출판사,
복합문화공간 크링, 성동 문화복지센터, 청심 물 문화관, 홍익대학교 대학로 캠퍼스 등 규모에 비해 많은 작업량을 선보인
건축설계사무소다. 설계 공모전에서 강한데다 운생동을 찾는 건축주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 혐오시설에 대한 생각의 전환, '청심 물 문화관'
최근 운생동 건축에서 설계한 건물 중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청심 물 문화관과 성수 문화복지센터다.
먼저 청심 물 문화관은 사실 혐오시설로 분류되는 오수 처리장이다. 대개 오수 처리장은 거대한 옹벽과 철제 펜스로 둘러싸여
있지만, 이곳은 오수 처리는 물론 물을 매개로 한 교육장이자 전시장, 휴식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 가평군 설악면 송산리, 3220㎡의 대지에 들어선 이 콘크리트 건물은 지름 32m, 높이 11m의 원통형이다. 생명의 근원적인
순수 결정체이자 끝없이 순환하는 물을 상징화한 형태다. 건물의 표면에 창으로 드러나는 내부는 마치 땅속의 물의 흐름을
보는 듯 유려한 모습이다.
원통형 건물로 진입하려면 소박한 연못에 다리를 건너야 한다. 외부에서 보면 보이지 않지만, 다리를 건너면 원통 속은 꽉 차
있지 않고 잔디가 깔린 계단처럼 각 지게 자른 또 다른 외벽이 있다. 로비로 진입하면 오수 처리장이란 생각이 들 수 없는 수(水)
공간이 펼쳐진다.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며, 흐르고 한쪽에 마련된 수생식물 체험장에선 풀과 물 내음이 물씬 풍긴다.
1층의 체험공간을 지나 올라가면 도서관과 휴식공간이 나온다. 완만한 경사의 나무 데크를 따라 올라가면 옥상이 나오고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설계자인 장윤규는 "과감하게 실내에서 물 환경을 만들어 사람들이 직접 물과 교감하길 원했다"며 "인터렉티브 미디어와 물안개
를 연상시키는 스모그(smog) 글래스를 동원해 다양한 감성을 오감으로 느끼도록 계획했다"고 말했다.
지하의 오수 처리시설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더러운 물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과정을 방문객이 직접 볼 수 있도록 했다.
청심 물 문화관 관계자는 "오수를 처리한다는 하나의 목적에 충실한 것이 아니라 물을 직접 느낄 수 있고, 물의 이용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를 만들어주는 공간"이라며 "어른들 뿐 아니라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답답한 공장 지대에 숨통 틔운, '성수 문화복지회관'
올해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받은 성수 문화복지회관이 자리한 곳은 성동구 성수동1가다. 이곳은 금속·고무와 관련된 소규모
공장과 오래된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모여 있는 곳으로 좁은 골목 사이사이로 기계 소리와 용달차의 경적소리로 가득 찼던
곳이다. 아이들은 물론 행인들도 피해가는 거리였다.
어둡고 차가운 분위기가 짙은 이곳에 들어선 성수 문화복지회관은 외관만 보면 주변과 이질적이다. 대지면적 2204㎡, 연면적
9558㎡, 지상 7층 규모인 이 백색 건물은 주변의 나지막한 건물을 압도한다.
인근 주민들도 준공 직후에는 현대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이 건물에 대해 낯설어했다. 구청에서 운영하는 복지회관이란 것을
알면서도 '돈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들어가기 겁난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장윤규·신창훈의 운생동 건축은 이 건물이 주변의 분위기를 좀 더 밝고 활기차게 바꿔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장윤규는 "주변 풍경이 어둡다고 새로 짓는 건물까지 그 음울함을 닮을 순 없다"며 "프랭키 게리가 설계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스페인의 공업도시 빌바오를 바꿨듯이 이 건물도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주변 풍경을 변화시키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구청이 운영하는 이 건물은 재활의원과 아트홀, 사회복지관, 도서관 등이 들어서 있다. 딱딱한 관공서의 느낌을 탈피한
것이 이 건물의 핵심이다.
먼저 1층부터 5층까지 여러 방향으로 뻗은 계단이 밖으로 드러난다. 외부에서 보이는 계단이 만들어낸 기하학적인 형태가 우선
파격적인데, 계단으로 생긴 빈 공간에는 하얀 철망을 달아 담쟁이덩굴이 자랄 수 있도록 했다. 딱딱한 정방형 건물이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한 것. 건물을 둘러싸며 올라가는 계단은 건물 1층의 입구부터 연장되는 '길'이자
'광장'이라는 개념 아래 설계된 것이다.
낭궁은 성수 문화복지회관 관계자는 "이 주변에서 찾기 어려운 주민들의 휴식공간이 마련돼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며 "디자인이
화려하고 형태가 복잡해 관리가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이용자들이 만족하고 있고, 이 일대에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어
자부심이 높다"고 말했다.
장윤규는 "딱딱한 이미지의 관공서가 어떻게 시민에게 열린 공간, 친숙한 공간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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