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전문가들이 24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개막한 제6차 세계평화포럼(WPF)에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칭화(淸華)대학교가 주최한 이번 포럼의 '한중관계와 지역 안보' 세션에서 양국 패널들은 사드가 양국과 지역 안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유엔주재 대사 출신의 박인국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세션에는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와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야오윈주(姚雲竹) 중국군사과학원 미·중방무관계센터 명예교수, 리빈(李彬) 칭화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토머스 크리스텐센 프린스턴대 교수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윤 전 장관은 "사드는 한국인의 생존문제라는 점을 중국 측에서 알아야 한다"며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의 하나로 사드가 배치된 것이라는 주장은 한민구 국방장관을 비롯해 여러 번 한국 정부가 부인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드가 방어용 무기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북한의 위협이 없다면 사드를 배치할 필요가 없다"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사드 배치의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리 교수는 "사드 문제는 북한의 위협이라는 한 가지 이유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문제가 해결된다면 사드를 철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리 교수는 사드의 레이더 범위 역시 사드 문제의 핵심이라며 "사드는 용도에 따라 800㎞와 2천㎞ 두 가지 관측 범위를 가진다"면서 "2천㎞의 관측 범위를 선택할 경우 중국 역내를 관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야오 교수 역시 사드는 중한관계의 최대 문제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이 사드를 반대하는 이유는 사드 레이더가 중국 내부를 감시할 수 있다는 데 있다"면서 "이는 지역의 전략 균형을 무너뜨리는 요소가 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사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중국의 절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중국이 사드를 철회하는 것을 마지노선으로 정해 놓았기 때문에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양측의 입장을 서로 이해하며 중간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레이더 범위 문제 역시 미중간, 한중간 전략적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데 현재 각국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의 원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일하게 미국 측 패널로 참석한 크리스텐센 교수는 사드 문제는 아주 간단하게 분석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크리스텐센 교수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미국, 중국, 한국의 예상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사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방어시스템인 사드는 미국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옵션 중 가장 덜 자극적"이라며 "중국은 동아시아 내에서 미국의 모든 행위가 중국을 겨냥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데 사드는 분명히 북한을 겨냥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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