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나에게 메릴랜드 대학에 온 이유를 물어보면 나는 항상 신선한 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5년 전 처음으로 미국 공항에 내렸을 때 공기가 이렇게 달콤하고 신선할 수 있는지 처음 느꼈다. 큰 충격이었다. 나는 중국의 한 도시에서 성장했다. 그곳에서는 외출할 때면 항상 얼굴에 마스크를 써야 했다.”
메릴랜드주립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중국인 여학생 양수핑은 지난 5월 21일 학교 졸업식에서 연설을 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조국을 욕보였다”고 들끓었다. 민족주의 성향이 짙은 환구망이 연설 동영상을 소개했고, 삽시간에 SNS를 통해 퍼졌다. 양씨의 고향이 중국에서 공기가 좋기로 유명한 윈난성 쿤밍이라는 점도 집중 타깃이 됐다. 정말 외출할 때마다 마스크를 썼겠느냐는 비난이었다. 메릴랜드대 중국 유학생 연합회도 중국의 맑은 하늘 사진과 함께 ‘중국이 자랑스럽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에도 등장했다. 루캉 대변인은 “중국 국민 누구라도 어떤 상황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양씨는 “나의 유학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던 것뿐”이라며 “조국과 고향을 부정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사과했다.
양씨가 공기 문제를 언급한 것은 사실 중국에 사상과 표현의 ‘신선한 공기’가 없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졸업 연설에서 “학생들이 인종차별과 성차별 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자유롭게 말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민주주의와 자유는 신선한 공기처럼 싸울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연설문이 비난받는 것을 보면서 더욱더 그 ‘신선한 공기’에 대한 갈증이 커졌을 것 같다.
중국 여배우 쉬다바오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소재로 디자인한 붉은 드레스를 입고 칸 영화제 레드 카펫에 섰다가 호되게 당했다. 오성홍기의 붉은색은 공산 중국 건설을 위해 흘린 인민해방군의 피를 의미한다. 쉬다바오 역시 “불쾌감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감과 애국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이들 두 사건은 중국의 민족주의를 엿볼 수 있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민족주의와 애국심은 사실 하나다. ‘중국의 꿈’을 내세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집권한 이후 중국은 애국심을 강조하며 민족주의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국민들의 자부심을 키우고 애국심이라는 이름으로 분리·독립 세력이나 민주주의의 발호를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시 주석은 2015년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에서 “애국심 형성을 교육의 영구한 목표로 삼아 중국 개개인에게, 그다음 세대에게 확고한 믿음과 정신적 버팀목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중국 학계와 과학계는 물론 국영기업, 민영기업 직원들은 ‘황다녠’ 학습 열풍이 불고 있다. 시 주석이 “애국심이야말로 황다녠의 정신 근간이었으며 행복의 원천”이라며 “황다녠 동지를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시한 이후다. 올 초 세상을 떠난 황다녠 박사는 안락한 영국 생활을 버리고 조국으로 돌아와 중국의 심해관측 분야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인물이다.
한 국가가 애국심을 강조하는 것은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대목은 중국의 민족주의가 맹목적이자 파괴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맹목적 애국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샤오펀훙’(小粉紅·작은 분홍색)으로 불리는 이들은 극단적 민족주의로 무장하고 중국에 대한 비판적 의견에 무차별 공격을 가한다. 더 큰 문제는 언론과 인터넷을 장악한 중국 정부가 국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맹목적 민족주의를 자유자재로 통제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로 불거진 중국 내 반한 감정 확산과 경제 보복 조치를 통해 이미 충분히 확인했다. 중국의 극단적 민족주의에 대한 현명한 대처 없이는 자칫 한·중 관계도 수렁에 빠져들 수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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