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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미국 내 확산되는 주한미군 철수 논의/문 대통령 도착한 날, 미 하원 "사드와 미군 철수 중 택하라"

바람아님 2017. 6. 30. 15:38

[기고]미국 내 확산되는 주한미군 철수 논의

경향신문 2017.06.29. 20:45


우리가 사드 배치와 한·미동맹에 대해 논쟁하는 동안 미국 학계에선 조용히 주한미군 철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통일 후 주한미군 철수를 조건으로 중국과 거래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미국 내 여론 동향에 관심을 기울이고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직접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논쟁은 올해 3월 카네기 평화연구소의 마이클 스웨인 박사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칼럼으로 점화되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한반도 통일 후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는 보장을 해줘야만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실질적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버드대의 그레이엄 엘리슨 교수도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비슷한 주장을 했다. 북핵 문제를 쿠바 미사일 위기에 비유하며 케네디가 소련과 협상하기 위해 터키에서 미국의 미사일을 철수한 것처럼 트럼프 정부도 주한미군의 군사훈련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만 중국이 김정은 정권을 포기하고 한반도 통일과정을 지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대의 로버트 켈리 교수도 내셔널인터레스트 칼럼에서 중국에 통일 후 주한미군 철수를 언약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반론이 뒤따랐다. 미국 국방대의 제임스 프리스텁 박사는 주한미군 철수가 사실상 한국인들의 운명을 패권지향적인 중국 손에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철수는 중국이 오랫동안 바라온 대로 아시아 지역 내 미국 동맹체제가 와해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앤드서 코어는 포브스 칼럼에서 엘리슨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단순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통일 한국을 중국 영향권에 방기하는 것은 미국이 수호하려는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하면서, 엘리슨 교수의 주장은 하버드대 내에 확산되는 중국의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미국에서 통일 후 주한미군 지위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공개적인 토론은 새로운 현상이다. 그 이면에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제재와 대화의 양분법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이전엔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만 통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통일이 오히려 북핵 문제의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 이런 사고의 연장선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보장해서라도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그간 한국의 외교전략을 논할 때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언제나 상수로 다뤄졌다. 그런데 최근 논의는 주한미군이 오히려 가장 큰 변수로 작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반도의 운명이 또다시 강대국의 손에 결정되는 상황의 전조라고 볼 수도 있다. 만약 한국의 의사와 무관하게 미·중 간 타협으로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결정된다면,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악몽이 재현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통일 후 주한미군의 지위에 관하여 현재 한국은 미국에 자신의 의사 반영을 요구할 만큼 명확한 국민적 합의가 없다. 통일 후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해야 할지, 계속 주둔을 요청해야 할지, 38선 이남에만 주둔할 것인지, 중국이 이에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정부 차원에서 공개적 논의를 장려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통일을 논하려다 오히려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선 미국 내 여론 동향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면서 한국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조용한 외교를 펼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민간 전문가들은 토론에 참여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한국의 관점이 진지하게 고려되도록 국제무대에서 의견 발표와 언론 기고를 통해 미국 내 여론 조성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통일 후 주한미군 지위는 정답이 없는 문제다. 학자들마다 다른 의견을 갖고 있어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자신들끼리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논의할 때 수수방관한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서로 이견이 있을지언정 한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미국 전문가들과의 통일 후 주한미군 지위 논의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조성민 미국 조지타운대 박사 과정>



[단독] 문 대통령 도착한 날, 미 하원 "사드와 미군 철수 중 택하라"

중앙일보 2017.06.30. 00:00

공화당 섀벗 의원, 사드 지연에 불만
공개 회의서 철수 거론은 이례적
스티브 섀벗 공화당 하원의원이 28일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한국은 사드와 주한미군 가운데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CSPAN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찾은 28일(한국시간) 미국 하원에서 “한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와 주한미군 중 선택하라”는 극단적 요구가 등장했다. 이날 열린 하원 외교위원회 회의에서 공화당의 스티브 섀벗 의원은 “문 대통령의 첫 조치 중 하나는 사드 배치를 늦춘 것으로 이는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군대를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섀벗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우리 군대가 거기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말했다”고도 발언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한국이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한다”며 “한국이 가장 정교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사드를 갖고 그들과 우리 군대를 방어하던지 그래서 미사일 시스템과 우리 군대를 갖던지, 아니면 미사일 시스템도 없고 우리 군대도 없던지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엔 아주 선명한 선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한국이 사드 배치 결정을 번복하면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미국 싱크탱크의 일부 전문가들이 표명한 적은 있다. 그러나 미국 하원의원이 공개회의에서 한ㆍ미동맹의 근간인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사드 배치 지연에 대한 미국 의회의 강경한 입장이 감정적인 발언으로 튀어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 상원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사드 완전 배치를 압박한 것도 미국 의회의 심상치 않은 기류를 보여준다. 상원의원 18명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23일자로 보낸 서한에서 “사드의 완전한 배치를 저해하고 있는 절차적 검토 작업을 신속히 처리할 방법을 문 대통령과 모색하라”고 촉구하고 “문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 결정은 동맹의 결정이며, (주한)미군과 수백만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란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말하라”고 당부했다.


미국 하원의 경우 지난 4월 “사드의 조속한 한반도 배치를 촉구한다”는 문구가 담긴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 규탄 결의안’을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당시 반대는 3표에 불과했다.

이날 외교위에 출석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미국대사는 섀벗 의원이 사드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자 “개인적으로는 원만하게 해결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군대를 보호하는 데서 호의적이지 않은 뭔가를 보는 순간 대통령이 행동할 것임을 나는 안다”고 답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