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핵심 수뇌부가 22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군사 옵션'보다는 '외교 옵션'에 무게를 두며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중을 거듭 내비쳤다.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해군 대장)은 이날 경기도 오산기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관해 "외교적 수단이 우선돼야 한다"며 "외교적 수단은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군사력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군사력은 어디까지나 북한을 압박해 변화를 촉구함으로써 외교 옵션의 실효성을 높이는 수단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해리스 사령관은 "현재 한반도에서 북한 김정은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외교적 해결 방안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거듭 외교 옵션에 무게를 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해리스 사령관 외에도 존 하이튼 전략사령관(공군 대장),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육군 대장), 새뮤얼 그리브스 미사일방어청장(공군 중장) 등 한반도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군 핵심 수뇌부가 함께했다.
브룩스 사령관도 "북한의 위협은 실질적으로 치명적이며 우리가 대응할 때 북한도 큰 손해를 볼 것"이라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수단을 이용해 상황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김정은이 옳은 선택을 내리기 바란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태평양사령관, 전략사령관, 미사일방어청장 등 미군 핵심 수뇌부가 한국을 동시에 찾은 것도 극히 이례적이지만, 한꺼번에 기자회견을 한 것은 더욱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기자회견을 앞두고 군복을 입은 미군 장성들이 북한에 대해 군사 옵션을 내세운 고강도 경고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군사 옵션에 관해서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철저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하면서도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무게를 둔 발언도 잇따라 나왔다.
대북 경고 메시지는 물론 '외교'를 언급하며 유화적 해법에 대한 기대를 동시에 내비쳤다는 평가다.
특히,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미군 작전을 지휘하는 해리스 사령관은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외교가 주된 동력이고 국방 분야는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거듭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이는 임계점에 근접한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기조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지난 17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면서도 "외교적 대화를 재개하도록 북한을 계속 압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포함해 북한과 대화에 나설 3가지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잇단 시험발사로 촉발된 북미간 군사적 충돌 위기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도 '괌 포위사격' 위협으로 북미간 갈등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지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14일 괌 포위사격 보고를 받고 미국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한걸음 물러선 모양새다.
미국이 군사 옵션을 뒤로 미루고 외교 옵션을 내세운 만큼, 북한이 오는 31일까지 계속되는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기간 도발 수위를 조절하며 대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공이 북한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은 중·저강도 도발로 한미 연합훈련에 맞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음달 중·하순에는 남북간, 북미간 대화 국면 전환을 위한 시도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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